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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중서 지난해 70억에 매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80년에 ,걸쳐 종중·종파간에 소유권분쟁을 거듭해 온 70억원짜리 종중땅이 엉뚱하게 사기극에까지 휘말려 또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문제의 땅은 서울삼성동78일대 안동권씨 화천군파·종중소유의 2천3백여평.
이땅은 조선성종때 좌참찬을 지낸 화천군 권감이 성종으로부터 현재의 삼성·청담동일대 1백20결 (약10만평) 을 예제지로 하사받으면서 안동권씨 화천군파 소유로 내려왔다.
지난해 11월 화천군파 종중대표 권희종씨 (77·서울압구정동) 는 한전·유공 등의 직장주택조합에 이 땅을 70억원을 받고 정식 매각했다.
그러나 이미 이 땅은 지난해 9월 토지브로커인 김은석씨 (66·서울하왕십리동) 등이 화천군파가 아닌 다른파 후손 권사중씨(63·서울독산동) 를 내세워 토지매각권한을 권씨에게 위임한다는 가짜 종중총회의사록까지 만들어 지하철공사주택조합 등에 34억여원에 팔아넘겨 이중 23억5천만원을 가로챈 뒤였다.
이로 인해 말썽이 생기자 검찰은 1개월여의 수사끝에 24일 김씨의 사기극외에도 지하철공사 주택조합장 박경진씨(32·서울묵2동) 가 권씨의 화천군파 대표자격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안 뒤에도 계속 조합비를 받아 이중 6억여원을 가로챈 사실을 밝혀내고 박씨와 김씨를 각각 구속하고 달아난 권씨를 지명수배하기에 이르렀다.
이땅에 대한 논란은 80년전인 1919년 일제가 토지등기제도를 실시할 때 화천군이 당을 하사받기 전인 세종때 이미 화산부원군에게 추증된 권국화와 그의 부친인 사간공이 이곳에 묻혔으므로 땅은 권극화의 차남인 화천군후손의 소유가 아니라 마땅히 직계장남인 사간공 맏손자의 후손쪽으로 소유권이 돌아가야 한다는 사간공파 후손들의 주장에서 비롯됐다.
이때부터 희종씨에게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판결이 내려진 81년말까지 12년에 걸쳐 금싸라기땅을 둘러싼 희종씨, 그리고 사간공파 종손임을 주장하는 권성돈씨 등 후손들간에 등기무효소송·고소·가처분신청 등 소유권분쟁이 계속 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폭행·납치·분묘파괴 등의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검찰수사결과 달아난 사중씨로부터 땅을 산 지하철공사 주택조합의 2백50명분 입주권 중 이미 반이상은 2천만∼2천6백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어 수차례 전매된 것으로 밝혀져 이로 인한 피해가 늘어날 전망이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검남부지청 김진태검사는 『문중이나 종중소유의 땅은 그만큼 소유권이 불분명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며 『서울시내 아파트부지의 공급이 달리고 있는 점을 악용한 전문적인 토지사기단 및 유령주택조합 등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대폭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효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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