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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잠적한 北조성길의 장인, 김일성·김정일 의전 관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1월초 잠적한 조성길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의 지난해 4월 주로마 북한 대사관 내 모습. [사진 줄리아 폼필리 트위터 캡처]

11월초 잠적한 조성길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의 지난해 4월 주로마 북한 대사관 내 모습. [사진 줄리아 폼필리 트위터 캡처]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는 3일 공관을 이탈해 잠적한 조성길(44)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1등 서기관)가 2000년부터 2013년까지 자신과 함께 일한 동료라고 밝히면서 "조성길이 망명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부유한 외교관 가문…부친도 대사, 부인은 의대 출신"

태 전 공사는 이날 채널A '뉴스 TOP10'에 출연해 조성길에 대해 "최고위층까지는 아니지만 경제적으로 아주 부유하고, 외교관 가문으로 출신도 좋다"면서 "조성길의 아버지도 외무성 대사였고, 장인도 북한의 외무성에서 대단히 알려진 대사"라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조 대사대리의 장인인 이도섭 전 태국주재 북한 대사와 관련, 한국 외교부의 의전국장 역할을 수행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의전국장을 대단히 오래 해서 북한 TV에 항상 나왔고 김일성, 김정일 행사 때 의전 관리를 했다"고 언급했다. 또 "1990년대 말에는 태국 주재 대사를 했고, 2000년대는 홍콩 주재 총영사를 했다"며 "북한 외무성에서 아주 고위급의 베테랑 외교관"이라고 설명했다.

태 전 공사는 조 대사대리의 부인도 평양 의학대학을 졸업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북한에서 가장 좋은 아파트가 고려호텔 앞에 있는데, 거기에 두 가족이 함께 살았다"고 말했다. 그는 조성길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2013년 영국으로 파견되기 전인데, 그 때까지만 해도 자녀가 1명 있었으며, 이탈리아에 나갈 때 자녀 1명도 데리고 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또한 망명 이유에 대해서는 "외화벌이 압박은 별로 큰 역할을 하지 않는다"며 "외무성에서 나온 전문 외교관에게는 김정은도 그렇게 돈을 바치라는 요구는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태 전 공사는 이탈리아가 북한 지도층의 사치품을 밀수하는 통로 중 하나였다고 지목하며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이탈리아에서 3년 동안 연수를 한 조성길이 밀수 루트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그는 조 대사대리의 신원에 대해서는 "조성길이 한국행을 결심했다면 지금 우리 관계자들이 조성길과 필히 접촉했을 것이고, 서울에 이미 와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고 분석했다. 또 조 대사대리가 한국행을 결정하지 않았을 경우, 이탈리아나 혹은 유럽 어느 한 곳에서 신변보호를 받으며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날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비공개보고를 받은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조 대사대리는 임기가 만료되는 지난해 11월 초에 부인과 함께 공관을 이탈해 잠적했다고 알려졌다. 조 대사대리가 이탈리아 정부에 망명 신청을 했는지에 대해 김 의원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전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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