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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쿼터, 연초부터 축소된 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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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극장들이 올 하반기에 외국영화만 틀더라도 올해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를 지키는 데는 문제가 없다. 스크린쿼터는 다음달부터가 아니라 사실상 연초부터 축소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왕의 남자''투사부일체' 등의 흥행성공으로 올들어 5월까지 한국영화 점유율이 60%에 달한 것을 감안하면 이달 말까지 대부분 극장들은 올해 쿼터(73일)를 채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올 하반기에 개봉하는 한국영화들은 아무런 보호막 없이 외국영화와 경쟁해야 하게 됐다. 그러나 쿼터 축소에 따른 후속 대책은 구체적으로 진전되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

◆ 스크린쿼터 사실상 연초부터 축소=한덕수 부총리는 1월 말 정례 브리핑에서 스크린쿼터를 146일에서 73일로 줄이기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시행시기는 "7월 1일부터"라고 밝혔다. 그동안 영화계에서는 상반기에는 기존 제도가 유지되고 하반기부터 새로운 제도가 시행되는 것으로 해석해 왔다.

그러나 문화관광부는 최근 "별도의 조치가 없는 한 영화진흥법 시행령 개정에 따른 2006년도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는 73일로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음"이라는 유권해석을 영화진흥위원회에 전달했다. 스크린쿼터는 상반기와 하반기를 따로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개정된 영화진흥법 시행령이 7월에 발효되면 올해 전체에 대해 적용된다는 뜻이다. 영화계는 이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미션 임파서블3''다빈치코드' 등이 잇따라 개봉한 지난달 한국영화 점유율이 32%(서울 기준)까지 떨어진 예가 있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몇 편에 한국영화 전체가 위축할 정도로 국내 영화시장의 구조가 취약하다는 주장이다.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 대책위원회'는 다음달 1일 오후 '참여정부에는 국민이 없다'란 주제로 대규모 반정부 집회를 열 계획이다. 이를 포함해 다양한 방법으로 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대책위 측은 "이번 행사는 2월 8일 광화문 집회보다 더 큰 규모"라며 " 한국 영화인이 총출동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후속 대책 지지부진=문화부가 스크린쿼터를 줄이는 대신 영화계를 지원하겠다고 내놓은 각종 대책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문화부는"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하려면 영화계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데 영화인들이 스크린쿼터 축소를 되돌리지 않으면 논의에 응하지 않겠다고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핵심인 '한국영화발전기금 4000억원 마련'은 국회에서 법률로 확정해야 하지만 아직 심의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특히 극장 입장료에서 5년간 5%씩 떼어내 2000억원을 만들겠다는 정부 발표에 대해선 극장 측과, 입장료 인상을 우려하는 일반 관객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문화부 관계자는 "입장료의 일부를 걷는 것은 현재 국회일정 등을 감안할 때 내년 하반기에나 시행할 수 있어 보인다. 비율도 당초 발표한 5%가 아닌 3%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예술영화관을 100개로 확대하는 방안은 정작 수혜자가 될 예술영화관 운영자들에게서 비현실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 지역 예술영화관의 한 관계자는 "무턱대고 상영관만 늘린다고 예술영화가 활성화되는 것은 아니다. 예술영화 관객이 갈수록 줄어드는 게 현실이다. 자칫하면 기존 예술영화관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문화부 관계자는 "예술영화관에 대한 지원금을 현재 평균 5000만원선에서 앞으로 1억원선으로 늘리고 지역 문예회관 등을 예술영화관으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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