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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 세밑 담판…트럼프 “큰 진전” 시진핑 “윈-윈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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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ㆍ중 정상이 29일(현지시간) 전화 통화로 양국 관계와 한반도 현안을 논의했다. 신년 인사를 겸한 모양새이지만 새해 초 재개되는 미ㆍ중 무역협상과, 고착 상태를 보이는 북·미 비핵화 협상 등과 맞물려 이뤄져 사실상 양 정상의 무역·북핵 담판성 통화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대화는 이달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개최된 정상회담 이후 처음이다. 당시 두 정상은 3개월간의 한시적인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2017년 베이징) [EPA]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2017년 베이징) [EPA]

미ㆍ중 양측이 밝힌 바에 따르면 두 정상의 전화 통화는 최대 현안인 무역전쟁 문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방금 중국의 시 주석과 길고 매우 좋은 통화를 했다. 협상은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며 통화 사실을 먼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타결된다면 그것은 모든 주제와 분야, 쟁점들을 망라하는 매우 포괄적인 것이 될 것”이라며 “큰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모든 분야에서 합의 기대” #시진핑 “인적 교류 등 더 강화해야” #중국, 쌀 수입 등 잇단 유화 메시지 #내달 무역협상 긍정적 영향 기대

이달 1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장면 [AP]

이달 1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장면 [AP]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발표문도 마찬가지다. 시 주석은 “이달초 나는 트럼프 대통령과 아르헨티나에서 만나 중요한 공감대를 형성했으며 양국 실무진이 관련 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양측 대표단이 이 업무를 틀어잡고 서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최대한 빨리 윈-윈의 합의에 도달하고 세계에 도움이 되는 협의가 되길 바란다”고 발언했다.
시 주석은 이어 “2019년은 중·미 수교 40주년이 되는 해”라며 “무역, 군, 법 집행, 마약 퇴치, 인적 교류 등을 더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미ㆍ중은 냉전 시기인 1971년 핑퐁 외교를 통해 관계 개선에 합의했으며 1979년 1월 1일자로 정식 국교를 맺었다. 시 주석은 또 “중ㆍ미 관계의 발전을 매우 중시하고 있고, 협력적이고 건설적인 관계를 발전시키려는 미국 측 노력에도 감사하다”며 “서로의 중요 이익을 존중하고, 협력ㆍ조율ㆍ안정에 기초해 양국 관계를 증진해 나가자”는 입장도 밝혔다. 이는 시 주석이 전면 대결로 치닫기보다는 무역 갈등을 조속히 봉합하고 안정적인 양국 관계를 회복해 나가기를 원하는 유화 메시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되는 발언이다.

중국의 유화적인 자세는 앞서 중국 세관 당국이 사상 처음으로 미국산 쌀 수입을 허가한 데서도 읽힌다. 중국 해관총서는 28일 홈페이지에 미국산 쌀의 검역과 포장, 수송 등의 조건을 게재했다. 이는 양국 협상에 따라 미국산 쌀의 중국 수입이 가능해졌다는 의미다. 로이터 통신은 “쌀 수입을  둘러싼 수년간의 협상 끝에 중국이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중국 정부가 미국과의 무역에서 개방폭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밝힌 내용을 이행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ㆍ중 정상이 전화 통화에서 대화와 협상을 강조하면서 2018년을 마무리함에 따라 내년 1월 초 열릴 예정인 미ㆍ중 무역협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날 전화통화에서는 한반도 현안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중국 외교부는 “두 정상이 한반도 정세를 포함, 공동 관심사인 국제 및 지역 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은 북·미 양자 대화가 지속하고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는 것을 격려하며 지지한다”고 재차 강조했으나 그 이상의 구체적 대화 내용은 소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도 시 주석과의 전화 통화 내용을 전한 트위터에서 한반도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날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시 주석에게 북한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협조를 재차 요청했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이 협조할 경우 무역전쟁 해소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는 식의 ‘트럼프 스타일’이 아니었겠냐는 얘기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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