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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시대 외수시장 "활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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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올해 국내음향기기업계는 원고를 극복, 수출을 계속 늘려나가고 수입자유화바람을 타고 쏟아져 들어오는 외국유명메이커와의 경쟁에서 내수시장을 어떻게 지키느냐가 당면 과제이다.
특히 지난1일부터 수입다변화품목으로 묶여있던 일본오디오제품수입이 부분적으로 해제됐고 현재 규제품목인 일본제 앰프와 CDP(콤팩트디스크플레이어) 등 일부 운용장치도 조만간 풀지 않을 수 없어 외국 유명메이커와의 「한판승부」 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현재 국내 음향기기업체는 4O여 개사.
삼성전자·금성사·대우전자등 가전3사와 인켈·롯데파이오니어·태광산업·아남전기등 몇몇 전문업체가 시장의 80%이상을 점유하고 있고 나머지 중소업체가 대메이커들과 힘겨운 경쟁을 하고있다.
국내 음향기기시장은 7O년대 중반까지 「별표」 전축을 생산한 천일사가 주도해왔으나 78년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뒤 천일사를 인수한 태광산업과 인켈 등이 하이파이제품을 선보이면서 음향기기 전문업체로서 명성을 굳혀왔다.

<연간 5천억 시장>
그러나 80년대 들어 전국적인 대리점 망과 자본력에서 우위에 있는 가전3사가 음향기기산업에 본격진출, 86년부터는 가전3사의 매출규모가 전문업체를 능가하는 등 시장판도에 변화를 가져왔다.
이와 함께 국내시장도 크게 팽창, 81년만해도 연간 5백억원 안팎이던 것이 올해는 5천억 원 규모로 예상돼 8년 만에 10배나 커졌고 가전3사가 주도해온 수출은 81년 5억3천만 달러에서 86년 7억7천8백만 달러, 87년16억2천6백만 달러, 88년에는 18억8천9백만 달러로 비약적인 신장을 거듭해왔다.
88년이후 국내 음향기기시장규모가 커진 것은 이때부터 우리경제가 폭발적인 성장을 계속해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디오산업과 경쟁위치에 있는 컬러TV의 보급률이 높아져 고급오디오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제품의 수요는 원래 흑백TV에서 컬러TV, 오디오, VTR순으로 옮겨가는 것이 전 세계적인 추세.
그러나 우리나라는 흑백TV의 보급이후 컬러TV방영이 늦어진데다 78∼80년사이 오디오산업이 막 꽃을 피우려는 시기에 컬러TV와 VTR의 보급이 동시에 이루어져 오디오업계가 큰 타격을 받았었다.
이 때문에 음향기기산업은 한동안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으나 84년 5월 특별소비세 인하조치에 힘입어 시장을 확장하기 시작했고 86년 컬러TV보급이 거의 한계에 달한 시점에서 고도경제성장이 시작돼 연평균 50%이상 매출액이 늘어나는 등 호황국면을 맞고있다.
비록 음향기기산업의 출발이 선진국에 비해 늦었지만 카세트와 소형오디오부문에서는 가전3사의 해외시장 진출에 힘입어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으며 인켈등 전문업체들도 좁은 국내시장보다 연간4백억 달러에 이르는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있다.
태광산업의 경우 일본 아카이·도시바사, 독일 콤비나사등에 OEM방식으로 수출하고 있는데 78년 천일사를 인수한 후 「베토벤」의 영웅교향곡에서 이름을 따온 에로이카로 브랜드를 바꾸고 품질도 고급화하고 있다.
해외시장개척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회사는 인켈.
인켈은 83년 미국5대 하이파이사의 하나였던 셔우드를 인수, 셔우드브랜드로 해외시장공략에 나서고 있으며 중국·유고등 공산권진출에도 앞장서고 있다.
인켈은 수출제품의 7O%를 자사브랜드인 인켈과 셔우드로 팔고있으며 나머지 30%는 독일의 텔레풍켄·일본 야마하 등에 OEM방식으로 수출하고있어 성가를 높이고 있다.
이밖에도 중소업체인 백산, 해태전자 등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내수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으며 스피커전문회사인 한국온쿄가 고급 카스피커시장에서 선두주자인 인켈에 도전장을 던지는 등 내수시장에서의 업체간 경쟁이 불을 뿜고 있다.


또한 그동안 미니오디오의 수출에 주력해온 유니코상사도 일본 미쓰미사와 기술제휴로 휴대용 및 자동차내 장착이 가능한가로13·4cm, 세로18·4cm의 초미니 콤땍트디스크플레이어를 국내최초로 개발, 이 달 중순부터 시판에 들어가는 등 중소업체의 내수시장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과거 부분품 수출에 주력해오던 중소업체들이 완제품을 내놓고 국내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국내시장규모가 해마다 50%이상씩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등 시장여건이 좋아진 탓도 있지만 원고로 수출채산성이 악화돼 내수시장에서 활로를 뚫어보려는 자구책으로도 풀이된다.
국내시장에서의 업체간 경쟁은 이미 소형오디오시장에서 우의를 점하고 있는 가전3사와 하이파이제품에 치중하고 있는 전문업체, 그리고 보다 전문화된 신제품을 내놓고 있는 중소업체까지 얽혀 가열될 전망이다.
더구나 세계최초로 일본소니사와 함께 CD개발에 성공한 네덜란드의 필립스사가 최근 용산전자랜드 1층에 전시판매장을 열고 국내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으며 매킨토시·마란츠·알텍·아이와·AR캠브리지등 30여 개의 유명오디오업체가 이미 국내시장에 뛰어들었거나 진출채비를 갖추고 있어 국내업체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부품국산화 시급>
특히 가전3사가 주력하고 있는 소형오디오제품은 기술수준이 선진국에 웬만큼 접근해 있으나 고급기종의 경우외국과 현격한 기술격차가 있고 이중 스피커와 카트리지 등은 십수년내에는 외국산과 경쟁이 어려워 외국메이커의 진출로 국내 전문업체와 중소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 우려되고 있다. 또한 주요부품에 대한 일본에의 수입의존도가 높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업체는 물론가전3사에서도 신제품전략의 일환으로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있는 CDP의 가격을 종전 50만∼60만원에서 20만 원대까지 떨어뜨렸으며 오디오와 TV, VTR을 함께 연결한 2백50만∼3백만 원대의 오디오비디오(A/V) 시스템을 개발, 고급수요에 대처하고있다.
인켈의 기획담당이사 주종익씨는 『아직 국내업체의 오디오기술수준은 낮은데다 원고까지 겹쳐 수출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으며 올해 연말이나, 내년부터는 외제오디오가 대량 수입될 것으로 보여 내수시장 잠식이 우려된다』고 지적하고 『지금까지는 가전3사는 수출, 전문업체는 내수외주로 판매전략을 세웠으나 앞으로는 수출시장을 적극 개발, 활로를 개척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길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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