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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남과 다를 수 있는 자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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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호 면

VIP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중앙SUNDAY 편집국장 김종윤입니다. 국방부가 대체 복무제 시행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복무 기간은 현역병(육군 병사 18개월 기준)의 2배인 36개월로, 복무기관은 교정기관으로 정했습니다. 군 복무와 유사하게 영내에서 24시간 근무해야 합니다.

헌법 19조가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와 39조가 정하는 ‘국방의 의무’를 조화한 첫걸음입니다. 국회의 입법 절차를 거쳐 제도가 확정되면 2020년 1월부터 시행합니다.

지난 6월 헌법재판소는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사람을 국가가 처벌하는 조항은 합헌이라고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대체 복무를 허용하지 않는 건 헌법불합치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지난 6월 2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판결을 내리는 모습.

지난 6월 2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판결을 내리는 모습.

그동안 군 복무 외에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신념이나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했습니다. 신념을 버리거나, 감옥에 가거나. 이는 국가가 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게 헌재의 시각입니다.

현재 59개국이 징병제를 채택했는데 이 중 20여개 국이 대체 복무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징병제 체제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수감하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한 6개국이라고 합니다. 군 복무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국방의 의무를 다할 수 있는 대체 복무제가 도입된 배경입니다.

일부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말에 대해 반감을 갖지만 그건 별 의미가 없습니다. 이미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무죄를 내린 대법원은 양심의 범위를 이렇게 언급했습니다.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는 것.”

군대에 간 청년은 비양심적이고, 병역을 거부한 청년은 양심적이라는 게 아닙니다. 양심을 지켰다는 이유로 인격체의 존재 가치를 훼손하는 이 사회의 비인격성을 개선하자는 게 이번 대체 복무제 도입의 취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동안 대체 복무제를 둘러싼 가장 큰 논란은 ‘형평성’ 이었습니다. 시민ㆍ인권 단체는 대체 복무 기간이 36개월이나 되고, 교정시설로 분야가 한정된 것을 두고 징벌적 성격이 짙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제도 도입 초기에 지원자는 이 정도의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고 봅니다.

더 큰 목소리는 누구는 군대 가는 데 누구는 양심을 앞세워 군대 안 가도 되면 이게 공평한 것이냐는 주장에 담겨 있습니다. 이 질문은 심지어 이런 표현으로 확증됩니다. “나만 군대 가서 썩어야 하나?”

헌법에 규정한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걸 내 삶이 썩는 것으로 생각하는 현실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나라를 지키는 건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내가 의무를 다할수록 나라는 튼튼해지고, 가족은 편안해지고, 사회는 건강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자부심을 느껴야 합니다. 그런데 군 복무를 고통스럽고, 의미 없는 시간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는 건 복무 환경과 병무 행정 시스템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사회에는 다수의 목소리와 소수의 주장이 섞여 있습니다.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다수의 목소리를 따라야 하지만 소수자도 감싸 안아야 정당성이 확대됩니다. 공동체에서 ‘남과 다를 수 있는 자유’를 인정하는 게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는 길이기도 합니다(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대법원 판결문). 대체 복무제 도입을 계기로 현역 복무가 명예롭고 자랑스러운 의무로 기억되는 세상이 되길 기원합니다.

지난주 중앙SUNDAY는 잡아도 잡아도 없어지지 않는 ‘메뚜기’ 불법도박 사이트의 실태를 추적했습니다.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스마트폰으로 출금 기록 띄우며 회원 가입을 유혹합니다. 중고등학생도 빠져드는데 단속ㆍ거래정지ㆍ차단 권한이 제각각이라 효율적인 대응이 안 되는 실태를 고발했습니다. 대응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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