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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기관인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13년 추산한 한국의 불법도박 시장 규모는 169조7000억원. 박준휘(사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법무·사법개혁연구실장은 “중·고교생들이 스마트폰으로 사설 스포츠베팅에 언제든 접속해 베팅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불법도박 시장 규모는 더 커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휘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실장 #불법스포츠베팅 82%가 모바일로 #상한액 없는 무제한 베팅 폐해 커져
- 스마트폰이 손 안에 도박장을 열어준건가.
- “불법스포츠베팅 참여자가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비율이 82%나 된다. 스마트 기기를 통해 불법 사행산업이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도박치유센터 등에 상담받으러 오는 사람의 95%가 도박중독자다. 베팅에 상한 없이 24시간 돌아가는 모바일 도박장의 폐해가 상상을 초월한다.”
- 청소년들 사이에 퍼지는 도박 중독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하나.
- “현재 교육부가 전국 초·중·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벌이는 학교폭력실태조사 항목에 사설 토토 같은 온라인 도박 항목을 넣고 실태부터 파악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도박에 중독된 학생에게 상담 등 치유책을 써야 한다.”
- 도박 사이트 서버가 외국에 있어 단속도 어려운데.
- “한국과 필리핀 경찰이 공조해 도박 사이트 서버를 단속한 게 단 한 건 있다. 사실 필리핀에선 온라인 도박 서버를 설치하는 건 불법이 아니다. 오히려 내수 활성화 차원에서 방치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서버 관리책 등은 다 외국에 있고, 국내에선 모집책이나 자금 교환책 등만 잡힌다. 수뇌급은 걸리지 않고 멀쩡하게 활동한다. 2011년 전북 김제의 110억원대 마늘밭(도박 수익금 은닉처)은 지금은 전국 도처에 있고, 외국에도 있다.”
- 불법도박 운영자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 “수감 중인 운영자를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다른 범죄자들과 달리 여유만만이다. 허가 안 받고 경마·스포츠토토 한 것일 뿐 서비스업으로 봐 달라고 하더라.”
- 불법도박 억제는 어떻게 해야 하나.
- “단기적으로는 현재 불법 도박하는 운영자 등을 대대적으로 청소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무총리실 직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경찰과 검찰의 경우 불법도박에 대한 단속은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기 때문에 사감위가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단속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사감위가 권한과 책임을 갖고 거악을 쫓게 해야 한다.”
- 사감위는 여러 부처 공무원들이 잠깐 있다 가는 곳 아닌가. 수사도, 불법사이트 차단도, 불법대포통장 거래 정지도 못 하는데.
- “공무원들의 임시 거처가 아닌 독립기구로 만들 필요가 있다. 불법 온라인 사이트를 즉각적으로 단속하고 차단하기 위해 사감위에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해야 한다.”
- 장기적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나.
- “영국 등 유럽과 미국이 온라인 스포츠베팅 등을 허용한 이유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합법화하되 그 이익금의 20%를 세금으로 환수하는 게 불법을 방치하고 있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물론 스페인의 경우 온라인 도박 합법화 이후 도박 중독자가 크게 늘어 사회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이를 감안하면 합법화하더라도 단계적으로 가야 하며 도박 중독자에 대한 치유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강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