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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항공기 엔진 정밀용접 전문 김일록 명장 "안전 책임지려 늘 기본에 충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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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대한민국명장으로 선정되고 기념촬영을 하는 김일록 명장. [사진 한국산업인력공단]

지난 2007년 대한민국명장으로 선정되고 기념촬영을 하는 김일록 명장. [사진 한국산업인력공단]

2007년 대한민국명장(용접분야)으로 선정된 김일록 명장(55세)은 1963년 충남 논산시 양촌면의 산골마을에서 태어났다. 생활형편이 어려워 가족 뒷바라지를 위해 졸업 후 바로 취업이 가능한 공업계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고등학교에서 실습을 시작하며 쇠를 녹여 붙이는 불빛(아크)에 매료됐고, 용접을 전공으로 선택했다. 취업에 용이한 것도 선택에 한몫했다. 성적이 좋았지만 가정형편 등을 고려해 취직을 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첫 직장에서 만난 박병문 부장은 대한민국명장이라는 최고의 용접기능인 지위를 얻은 지금도 ‘내 마음속 멘토’로 남아 있다. 김 명장에게 기술을 비롯해 많은 것을 가르쳐줬다. 이때 배운 지식과 후배를 아끼는 마음은 지금도 신입사원과 후배를 가르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용접의 고수가 되는 길은 쉽지 않았다. 중동사막에서 TIG 등 특수용접 경험이 풍부한 선배들로부터 하나둘 기술을 배웠다. 하지만 선배들의 작업과는 달리 김 명장의 작업에는 결함이 발생했다. 숙련도 차이도 있었지만 이론 지식도 부족했다. 이때부터 실무와 이론을 두루 갖추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

마침 새로 옮긴 회사에서 맡게 된 항공기 엔진 정밀용접은 높은 수준의 용접기술을 필요로 했다. 김 명장은 ‘나의 경쟁력이 곧 항공기 안전’이라는 생각으로 35살에 다시 책상에 앉았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용접기능장(1996년), 판금제관 기능장(1997), 배관기능장(1998)을 취득해 산업설비분야 기능장과 용접기술사(1997)를 동시에 보유한 숙련기술인으로 우뚝 서게 됐다. 2006년에는 기계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를 통해 선취업·후진학의 롤모델이 됐다. 항공기 정밀용접 관련 특허 1건, 실용실안 2건, 디자인등록 5건 등 개인뿐 아니라 회사의 경쟁력 제고에도 기여했다.

또 생산기술 교육교재를 개발·공유하는 등 면학분위기를 조성했다. 이를 계기로 1998년 당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前 삼성테크윈)의 사내 기술사 보유자격자는 김 명장 1명이었지만 현재는 20명으로 늘었으며, 기능장 자격보유자도 33명에서 168명으로 늘어나는 등 조직 내 자기계발과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

김 명장은 후배들에게 ‘용접은 양심이다’라고 강조한다. 용접 결함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을 수 있지만 항공기에서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안전과 기본을 지키는 마음을 강조한다.

김 명장은 회사 동료들과 가볍고 안전한 맞춤형 리어카를 개발, 2014년부터 현재까지 318대를 제작해 ‘사랑의 리어카’라는 이름으로 폐지를 주워 생계를 유지하는 지역 어르신에게 기부하는 등 재능을 활용한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다. 이를 인정받아 지난해 직업능력개발유공 철탑산업훈장을 받았다. 또 뿌리기술의 자부심과 명장으로서의 경력개발경로를 알리기 위해 ‘2018년 스타기술인 홍보대사’로 위촉돼 활동하고 있다.

중앙일보디자인=김승수 기자 kim.se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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