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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北과 첫 정상회담 한 올해 대북제재 더 많이 때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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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대화 기조를 이어간 올 한해 미국 정부가 발표한 독자 제재안이 지난해보다 오히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 정부에서 ‘배드 캅(나쁜 경찰, 강경파)’을 맡고 있는 재무부가 26일까지 발표한 성명을 분석한 결과다.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올해 1월 24일부터 12월 10일까지 총 11건의 제재안을 발표했다. 북한과 거래한 중국ㆍ러시아의 기업과 개인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간접 제재)이 주를 이뤘고 최용해 노동당 부위원장 등 북측 인사에 대한 직접 제재안도 포함됐다.
 이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와 6차 핵실험(2017년 9월3일)으로 북미 간 긴장이 최고조였던 지난해(8건)보다 많은 수치다.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 [AP=연합뉴스]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 [AP=연합뉴스]

 올해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6월 첫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 제재가 집중됐다. 11건 중 9건이 8월부터 12월에 이뤄졌다. 미 정부가 대화를 시작한 이래 ‘최대한의 압박’ 수위를 오히려 높였다는 이야기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25일(현지시간) “올해 제재는 역대 미 정부가 1년 간 부과한 대북 제재 중 가장 많은 수치”라고 분석했다. 유엔 안보리가 지난해 4건의 대북 결의안을 발표했지만 올해 한 건도 없었던 것과도 대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최대한의 압박은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VOA가 이날 공개한 국무부 동아태국과 아시아국의 합동 전략보고서에도 “북한에 대한 경제ㆍ외교적 압박은 중요한 지렛대이며 제재는 북한의 비핵화 이전까지 해제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올해 8월 대북제재 위반으로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러시아 선박 ‘세바스토폴’호가 21일 다시 부산항에 입항해 부산 남구 용호부두에 정박해 있다. 우리 정부는 9월 말 세바스토폴호에 부과한 출항 보류 조치를 러시아 정부의 항의에 따라 지난 달 초 해제했는데, 이후 이 배가 한 달 넘게 부산항 인근 바다에 머물다가 부산항에 재입항한 것이다. 송봉근 기자

올해 8월 대북제재 위반으로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러시아 선박 ‘세바스토폴’호가 21일 다시 부산항에 입항해 부산 남구 용호부두에 정박해 있다. 우리 정부는 9월 말 세바스토폴호에 부과한 출항 보류 조치를 러시아 정부의 항의에 따라 지난 달 초 해제했는데, 이후 이 배가 한 달 넘게 부산항 인근 바다에 머물다가 부산항에 재입항한 것이다. 송봉근 기자

'대화와 압박 병행 전략'을 놓고서는 미국 내에서도 반응이 엇갈린다. 지그프리드 해커 스탠퍼드대 교수는 지난 달 38노스 기고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한의 압박 전략을 언급하며 “남북은 공동의 진전을 할 준비가 돼 있는데 정작 워싱턴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비판했다. 해커 교수는 2010년 영변 핵시설 사찰 멤버였다. 매사추세츠 대학의 북한 전문가인 비핀 나랑 교수도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간 진전이 있다면서도 최대한의 압박 전략을 이어가는 것은 김 위원장은 물론 자신의 팀도 망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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