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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세 소년 도전 받은 이치로 “51세까지 뛰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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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이치로. [USA TODAY=연합뉴스]

이치로. [USA TODAY=연합뉴스]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절대 할 수 없다.” 스즈키 이치로(45)는 올해 그라운드를 떠나 있던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 말은 이런 해석이 가능하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할 수도 있다.” 현역 선수 생활을 이어가려는 그의 집념은 여전했다.

46세 앞두고 현역 연장 뜻 내비쳐 #소속팀 시애틀도 1년 재계약 방침 #1년에 사흘만 휴식, 자기관리 철저

이치로는 올해 사실상 은퇴한 듯했다. 지난해 11월 메이저리그 마이애미 말린스와 결별한 뒤 한참 팀을 찾지 못했다. 메이저리그 현역 통산 안타 1위(3089개) 기록 보유자라도 40대 중반의 나이에 새로운 팀을 찾는 건 어려웠다. 이치로는 “애완동물 가게에서 팔리지 않고 남은 큰 개가 된 기분”이라며 씁쓸해했다. 우여곡절 끝에 시즌 개막이 임박한 3월 친정팀인 시애틀 매리너스와 1년 계약을 맺었다. 보장 연봉 75만 달러에 성적에 따라 최대 200만 달러(약 22억원)까지 받는 계약이었다.

5월 초 이치로는 남은 시즌 뛰지 않기로 하고 대신 구단 특별 보좌역을 맡았다. 빅리그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이치로도 떠날 때가 된 것처럼 보였다. 그는 올해 15경기에 나와 타율 0.205(44타수 9안타)를 기록했다. 2001년 메이저리그에 데뷔 후 가장 저조하다. 뛸 기회가 좀처럼 찾아오지 않아도 원정경기를 포함한 팀의 모든 일정을 함께 했고 훈련도 계속했다.

선수 생활을 향한 열망을 본 시애틀 구단은 그와 1년 더 계약할 예정이다. 제리 디포토 시애틀 단장은 “이치로가 건강할 경우 내년 3월 20, 2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릴 2019시즌 메이저리그 개막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 엔트리에 포함될 것”이라고 했다. 시애틀 구단은 올해 안에 재계약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치로는 지난 23일 고향인 일본 아이치현 도요야마에서 열린 ‘이치로배 유스 야구대회’ 폐회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올 시즌을 돌아봤다. 대회에 참가한 한 학생이 "올해 출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훈련을 계속할 수 있었나”라고 묻자, 이치로는 "내가 ‘(경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꼭 이뤄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절대로 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즉, 포기하기보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최대한 해본 뒤 그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뜻이다. 이치로는 평소에도 이 말을 실천하며 산다. 30년 넘게 1년 365일 중 사흘만 쉬고 나머지 날엔 훈련한다. 매일 아내가 만든 음식(카레를 먹다가 2010년부터 식빵과 국수로 바꿈)을 먹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동선 하나하나까지도 야구에 맞췄다.

이치로는 2001년 메이저리그 데뷔 첫해, 시애틀에서 타율(0.350), 최다안타(242안타), 도루(56도루) 등 타격 3관왕을 차지했고, 아메리칸리그 신인상과 최우수선수(MVP)상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뉴욕 양키스, 마이애미 말린스를 거쳐 시애틀에 돌아오기까지, 18년간 통산 타율 0.311, 3089안타, 117홈런, 780타점, 1420득점, 509도루를 기록했다. 이치로는 자신의 등 번호(51번)처럼 51세까지 현역 선수로 뛰는 게 목표다. 메이저리그 역사에 만 50세 넘어서도 뛴 선수는 6명이다. 2000년 이후 최고령 선수는 2012년 만 49세에 던진 투수 제이미 모이어다.

이날 대회에 참가한 한 12세 소년이 "고교 졸업 후 프로에 가서 (이치로와) 대결하고 싶다”고 했다. 이치로는 "우선 (내가) 일본에서 선수로 뛸 경우가 없을 것 같다”면서도 "지금 12세라고 하니 (맞대결이) 어려울지 모르겠다. 내가 51세까지 뛰면 가능한데, 그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치로는 평소 "기회만 주어진다면 목표인 51세까지 뛰는 건 문제가 없다”고 항상 말해왔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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