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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억년 전 '화석 성운' 발견···우주 탄생의 비밀 풀 단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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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색으로 표시된 가스가 주황색으로 표시된 은하들을 연결하고 있다. 이번 발견된 '화석 성운(fossil cloud)'은 별이 죽을 때 내놓는 금속성의 '무거운 원소'가 적고 수소와 은하계간 중위(IGM) 등 빅뱅 초기에 생성된 가스가 주를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TNG COLLABORATION]

청색으로 표시된 가스가 주황색으로 표시된 은하들을 연결하고 있다. 이번 발견된 '화석 성운(fossil cloud)'은 별이 죽을 때 내놓는 금속성의 '무거운 원소'가 적고 수소와 은하계간 중위(IGM) 등 빅뱅 초기에 생성된 가스가 주를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TNG COLLABORATION]

이달 초, 미국 하와이섬의 해발 4145m 마우나케아산 정상에 위치한 켁 천문대에서 ‘화석 성운(fossil cloud)’ 관찰에 성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자들은 이 성운이 우주의 탄생으로 알려진 빅뱅 이후 거의 오염되지 않은 ‘빅뱅의 유물’일 수 있다며, 원시 우주의 비밀을 풀어줄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호주 스윈번공과대의 프레데릭 로버트와 마이클 머피 교수가 진행한 이 연구는 영국왕립천문학회 월간 회보에 게재될 예정이다.

빅뱅 후 15억년 간 오염되지 않은 화석 같은 성운 

이번 발견된 성운의 공식 명칭은 'LLS(Lyman-limit System)1723'. 연구를 진행한 로버트 교수는 “우주 공간에 있는 가스는 (일반적으로) 별이 폭발할 때 방출되는 금속 물질 등 무거운 원소에 의해 오염된다”며 “은하계 역시 가스의 상호작용으로 생성되고 진화하는 만큼, 가스 성운 안에는 천문현상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고 밝혔다. 성운의 성분이 우주의 역사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빅뱅 이후 태어나고 죽은 별들의 흔적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초기 우주의 흔적을 찾기는 어려워진다. 로버트 교수는 “그러나 이번 발견된 성운은 원시 우주의 것으로, 빅뱅이 일어난 후 15억년 동안 오염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LLS1723 안에는 무거운 원소의 밀도가 매우 낮고, 반대로 수소 등 빅뱅 초기의 흔적은 많아 원시 우주의 탄생과 구성물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가스성운 내 원소 스펙트럼으로 나이 추정..."무거운 원소 밀도 낮아"

가스 성운 속에는 별이 죽으면서 내놓는 흔적들이 가득하다. 이 때문에 성운을 잘 분석하면 우주의 역사를 아는 데 도움이 된다. 사진은 거품 성운으로 불리는 NGC7653. [사진 미항공우주국(NASA)]

가스 성운 속에는 별이 죽으면서 내놓는 흔적들이 가득하다. 이 때문에 성운을 잘 분석하면 우주의 역사를 아는 데 도움이 된다. 사진은 거품 성운으로 불리는 NGC7653. [사진 미항공우주국(NASA)]

이번 발견된 성운은 지구에서 관측할 수 있는 가장 먼 천체 중 하나인 퀘이사 ‘PSS1723+2243’ 앞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어떻게 이 먼 거리에 있는 성운이 원시 우주의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을까.

연구진은 하와이 마우나케아에 있는 켁 천체망원경을 사용했다. 특히 망원경에 설치된 에셀 분광기 및 영상장비(ESI)ㆍ고해상도 에셀 분광기(HIRES) 등를 이용해, LLS1723의 성분을 파악할 수 있었다. 성운 내 금속 물질과 빛 사이의 상호작용을 분석해, 무거운 원소가 얼마나 있는지 밀도를 측정한 것이다. 로버트 교수는 “(성운이 보유한) 무거운 원소의 비율이 1만분의 1 이하로 매우 낮다”며 “이것이 빅뱅의 흔적이라는 가장 설득력 있는 증거”라고 밝혔다.

빅뱅 초기 생성된 IGM은 풍부...퀘이사의 빛으로 수소 관찰

무거운 물질의 비율은 극히 낮았지만, 빅뱅 초기에 형성돼 모든 은하를 연결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스 물질 ‘은하간 매질(IGMㆍintergalactic Medium)’과 중성 수소는 풍부할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진은 이전 연구를 근거로 “금속성이 매우 낮은 LLS의 경우 IGM에서 형성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한편 성운 내 원소의 스펙트럼을 관찰할 수 있었던 것은 근처에서 고에너지의 빛을 내뿜는 퀘이사 덕분이었다. 퀘이사의 중심에는 태양 질량의 10억배나 되는 무거운 블랙홀이 자리하고 있으며, 블랙홀로 흡수되는 물질의 중력 에너지가 거대한 빛을 내뿜고 있다. 연구진은 PSS 1723+2243에서 나오는 빛이 수소의 스펙트럼 그림자를 관찰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밝혔다.

LLS1723가 발견됨으로써 우주 내 '화석 성운'은 세 개로 늘었다. 다른 두 개의 성운은 2011년 12월 발견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된 바 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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