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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詩)가 있는 아침 ] - '기러기 반 마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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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최승호(1954~ ) '기러기 반 마리'(부분)

신도시는 낯설다
대규모 가건물 같다……

누추한 집을 대충 개조한 음식점에서는
토종 닭, 오골계, 청둥오리는 물론
기러기 반 마리도 먹을 수 있다
음식물 쓰레기통 속의 기러기 뼈들!

기럭기럭 먼 하늘을 날아가는
기러기 반 마리여,
오늘은 마음이 너처럼
반쪽이 나서
저무는 서쪽 하늘을 날아가는가



신도시를 가건물로 보는 분위기가 처음부터 무척 스산하다. 이 도시의 음식점 메뉴에는 '기러기 반 마리'가 있다. '먼 하늘을 날아가는/기러기 반 마리'라는 거의 엽기적인 이미지를 통해 시인은 불안하게 분열된 우리의 정신적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마종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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