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시간강사 18일부터 파업…강사법 통과 후 처음

부산 금정구 장전동 부산대캠퍼스. [사진 부산대]

부산대학교 시간강사 노조가 18일부터 파업에 돌입한다. 전임 강사에 방학 중 임금과 퇴직금 지급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일명 강사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일선 시간강사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는 것은 부산대가 처음이다.

시간강사 노조 “강사법 시행 앞두고 대학 측이 시간강사 줄이려 꼼수” #사이버강좌 최소화·졸업이수학점 축소 금지·대형강좌 축소 등 명문화해야 #대학 측 “노조 요구사항은 학교 규정에 관한 것으로 협상 대상 아냐”

한국비정규교수 노동조합 부산대분회 사공일 사무국장은 18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강사법 시행을 염두에 두고 대학 측이 시간강사를 줄이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며 “시간강사 생존과 직결되는 학칙 변경인데도 시간강사와 논의조차 하지 않는 대학 측의 일방적인 태도를 규탄한다”고 파업 이유를 밝혔다.

부산대분회는 사이버 강좌 확대 최소화, 대형강좌 축소, 졸업 이수학점 축소 금지 등을 시간강사 근로조건의 단체협약서에 명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시간강사의 수업시수를 일정 부분 확보하고,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건이라는 게 부산대분회의 주장이다.

부산대분회는 지난 9월부터 8차례 이상 대학본부와 단체협상 교섭을 벌여왔다. 접점을 찾지 못한 양측은 부산노동위원회의 조정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지난 17일 열린 최종 조정회의도 결렬됐다. 부산대분회는 18일 오후 2시부터 파업에 돌입한다.

부산대

시간강사가 파업에 돌입하더라도 수업이 끝난 기말시험 기간이라 당장 큰 혼란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학점입력 거부 등 학사행정 일체를 거부함에 따라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 이에 사 사무국장은 “졸업을 앞둔 학생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점이 대학 측에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파업 기간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대학 측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대분회는 부산대 총학생회와 연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부산대 총학생회 역시 대학 측과 갈등을 빚고 있다. 대학 측이 학칙 개정을 추진하면서 학생 참여나 의견 수렴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부산대 총학생회는 지난 14일 7년 만에 학생 최고 의결기구인 학생총회를 열고 대학 측의 학칙 개정 반대와 총장 직선제에서 학생 투표권 확대를 결의한 상태다. 사 사무국장은 “대학 측의 일방적이고 비민주적인 행정 추진을 막아야 한다는데 학생회와 의견 합의를 봤다”며 “학생회와 연대해 파업 강도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학 본부 측의 입장은 강경하다. 부산대분회의 요구 사항은 학교 규정에 관한 사안이지 단체협상의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부산대 관계자는 “부산대분회가 요구하는 30개 항목 중 학교 규정에 관한 사항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사법이 구체적인 예산안 없이 국회를 통과하는 바람에 대학 입장에서는 엄청난 재정적 부담이 우려된다. 이를 최소화하는 대책을 대학 측은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