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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8시간 6개월 잡무, 30분만에 끝낸 사회복무요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1년간 노동청에서 발송된 모든 등기우편의 발송내용을 조회한 다음 종이에 인쇄해 보관합시다.”

당신이 직장 상사에게 이런 지시를 받는다면 어떻게 했을까? 지시를 그대로 따랐다면 당신은 3900개가 넘는 등기우편의 13자리 등기번호를 우체국 홈페이지에 하나하나 입력한 뒤 인쇄하는 단순 작업을 반복해야만 했다. 하루 8시간씩 일했을 때 6개월 정도 걸릴 일이다. “못 한다”는 말이 나왔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지시를 직접 받은 한 사회복무요원은 그렇지 않았다. 직접 자동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단 하루 만에 모든 일을 끝낸 것. 이 요원은 이 과정을 지난달 29일 콘텐트 퍼블리싱 플랫폼 브런치에 올렸고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았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안동지청 반병현(25)씨 얘기다. 반씨는 브런치에 ‘코딩하는 공익’ 연재 시리즈 등을 올려왔다.

반병현씨가 본인 브런치에 올린 해당 문제 해결 과정. [사진 브런치 캡처]

반병현씨가 본인 브런치에 올린 해당 문제 해결 과정. [사진 브런치 캡처]

반씨는 카이스트에서 바이오 및 뇌공학 학·석사 학위를 받은 공학도다. 시급 1600여원을 받고 일하는 그는 하루 8시간씩 반년이 걸릴 일을 30분 만에 끝냈다.

반씨는 17일 한 매체와 통화에서 “스스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떨어지는 걸 못 견디는 편이라 단순 반복 업무가 싫어 자동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매체와 인터뷰에서는 “이 정도면 포상휴가 많이 줄 만하지 않냐”며 “(휴가를) 챙겨주신다면 더 열심히 하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자신의 브런치에는 이런 말을 남겼다.

“노동청에 찾아오는 민원인 중에는 약자가 많다. 공무원 한명이 일주일에 민원 한 개라도 더 처리할 수 있다면 일 년이면 민원인 수십만명이 억울함을 풀 수 있게 된다. 만약 하루에 민원 한 개를 더 처리할 수 있다면? 아무리 적게 잡아도 지금보다 백만명 이상 더 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억울함을 풀고 혜택을 누릴 수 있다…이게 제가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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