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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 63년간 '감원0' … 따뜻한 그릇 닮은 회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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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회사 분위기는 시골 같다. 정이 많고 넉넉하다. 입사 4년차 디자이너 김윤정(27)씨는 "입사해서 2~3개월만 지나면 2~3년 일한 듯 포근하다"고 말했다. 한번 입사하면 나가려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 회사는 창립 후 63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인위적인 인력 감축을 하지 않았다. 1960년대 말 사채를 썼다가 매출액의 40%를 이자로 낼 때, 73년 오일쇼크로 가마에 땔 기름값이 폭등해 경영이 어려워졌을 때도 직원을 해고하지 않았다. 60년대 말 이 회사 청주공장 가마에 큰불이 났을 때 몸을 아끼지 않고 불을 끄는 직원을 지켜본 김동수 회장은 '무해고'란 경영원칙을 마음에 새겼다고 한다. 김 회장은 2004년 장남 김영신 사장에게 회사경영을 맡기면서 "직원을 사랑하라"고 강조했다.

퇴사자가 없다 보니 직원들의 평균 연령은 43세로 높은 편이다. 김무성 영업담당 상무는 "도자기의 특성상 고도의 숙련성이 요구되는 공정이 많다"며 "안정된 직장 분위기는 곧 생산성과 품질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가족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생산직의 70~80%에 이르는 여성 사원을 위해 93년 공장 인근에 '어린이 집'을 지었다. 여성 사원들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출퇴근한다. 연봉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명절에는 소정의 '효도비'를 별도로 지급하고 '가정의 달' 5월에는 사원들의 부모를 수안보파크호텔로 초청한다. 이 호텔은 한국도자기의 계열사다. 김영신 사장은 "도자기는 가업(家業)"이라며 "도자기 사업의 경쟁력을 더 높여 직원들에게 꿈을 주는 회사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에는 새벽까지 이어지는 술자리나 무리한 야근이 거의 없다. 법인 영업을 담당하고 있는 신용우(32) 계장은 "회사의 브랜드 인지도가 워낙 높아 영업을 하면서 술접대가 필요한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한국도자기가 생산하는 제품은 어림잡아 2000여 종. 월 350만여 개의 그릇을 만든다. 도자기제품은 유행을 많이 탄다. 그래서 도자기 업체들은 연구개발과 디자인 혁신에 힘을 쏟는다. 한국도자기는 94년 사내 기술연구소를 설립해 매년 매출액의 10%를 연구개발비로 쓰고 있다. 40여 명의 디자이너가 새로운 그릇의 모양과 무늬를 고안하고 종종 해외 명품 디자이너들과도 손을 잡는다. 2004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전시회에서 호평받은 최고급 브랜드 '프라우나'와 세계 최초로 개발된 은나노 항균 도자기 등은 이런 연구개발 노력의 성과다. 디자이너와 연구직.영업부문 사원들은 독일.미국.홍콩 등지에서 열리는 도자기 전시회를 보러 자주 나간다. 2월 프랑크푸르트 전시회에 다녀온 디자이너 박현주씨는 "해외 전시회에 참여해 한 해 한 해 높아지는 회사의 위상을 느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국도자기는 최근 품질을 앞세워 '수출가 20% 인상'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환율 급락으로 나빠진 수출 채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김무성 상무는 "일부 바이어들의 이탈은 불가피하겠지만 상당수가 우리의 품질을 인정할 것으로 믿는다"며 "70년대부터 무차입 경영을 실현해 와 회사의 경영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글=임장혁 <jhim@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신입사원  너무 튀지도, 너무 무난하지도 않은 …

지난해부터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우재이(25.사진)씨는 한국도자기 디자인실의 막내다. 초등학교 시절 언니를 따라 화실에 다니기 시작한 이래 그는 지금껏 붓을 놓아 본 적이 없다. 예원중학교와 서울예고에서 미술 기초를 닦고 이화여대 섬유예술학과를 졸업했다. 한때 패션디자이너를 꿈꿨다.

한국도자기에 먼저 입사해 일하고 있는 둘째 언니의 권유로 한국도자기의 문을 두드렸다. 언니의 도움으로 한국도자기의 제품의 종류와 디자인 특징 등을 한발 빨리 익힐 수 있었다. 우씨는 "혼자 그림을 그리는 데 익숙해 조직생활에 두려움이 앞섰지만 자유롭고 가족적인 분위기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컵이나 식기에 저마다 어울리는 독창적인 문양과 그림을 넣어야 하는 도자기 디자인은 쉽지 않다. 창의성을 너무 강조하다 보면 소비자에게 친근감을 줄 수 없고 너무 무난하면 어디선가 봤던 것 같은 인상을 준다고 우씨는 설명했다. 그는 "평면에 그릴 때는 만족스러웠던 디자인을 그릇에 옮겨 놓으면 맘에 안 드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보통 한 달이면 4~5건의 디자인이 제품에 반영돼 매장에 진열된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백화점이나 직영 매장을 둘러보기도 한단다. 입사 전형절차는 서류심사와 면접 등 두 단계로 이뤄진다. 면접 때에는 회사가 미리 제시하는 주제에 따라 준비한 디자인 포트폴리오를 제출해야 한다.

임장혁 기자

한국도자기 Q & A

Q. 채용일정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A. 수시 채용이 원칙이다. 현재는 영업 관련 인력을 뽑고 있다. 보통 생산직과 사무직을 포함해 매년 30~50명 정도를 선발한다. 채용일정은 홈페이지와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올린다.

Q. 전공 제한이 있나요.

A. 일반사무직과 영업 인력은 전공에 관계없이 뽑는다. 다만 중앙연구소는 세라믹공학.재료공학.화학공학 분야의 전공자를 뽑는다. 디자인 역시 관련학과 졸업자만 지원이 가능하다.

Q. 여성사원의 복지 수준은.

A. 청주공장 안에 '성종 어린이집'이란 유아원을 운영하고 있다. 3~4세부터 초등학교 입학 직전까지의 직원 자녀는 전액 무료로 이곳을 이용할 수 있다. 12명의 전문 교사들이 연령과 수준에 맞게 가르친다. 현재 80여 명의 아이가 다니고 있다. 또 법이 정한 출산 휴가를 보낸다.

Q. 해외근무 기회는 없나요?

A. 싱가포르.두바이.로스앤젤레스.뉴저지 등에 판매법인이 있어 시장 개척요원으로 해외근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Q. 미혼자가 공장(청주)에서 근무하면 어떤 배려를 해주나요.

A. 미혼자를 위한 직원용 오피스텔 1개동이 있다.입주사원들은 관리비만 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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