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영화계 새 바람 사회고발 작품 줄 잇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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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소련의 기록영화들이「고르바초프」의 개방정책에 힘입어 현실을 대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사형집행을 하루 앞둔 죄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의 인간애를 더듬어 본 기록영화 『최종판결』은 사형이란 형벌이 가지는 의미를 되새겨보게 한다.
『최종판결』은 1985년 미소간의 문학교류협정체결에 따른 「글라스 노스트 영화축제」에 출품된 22편의 영화 중 가장진한감동을 불러일으켰다.
5월5일까지 미국 전지역을 돌며 상영될「허츠·프랑크」의 이 작품은 이제 소련사회에서도 정부당국이 자신의 시책을 비난하는 영화를 만든다는 것이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님을 말해준다.
최근 소련영화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영화제작자들도 이제는 다른 소련예술가들과 마찬가지로그 무엇을 말해야 되는 시점에 처했다는 것이다.
라트비아인 「프랑크」씨는 스미소니언협회에서의 인터뷰 중 이 같은 고충을 다음과 같이 털어놓았다.
『과거에는 그저 무엇인가를 말하는 것만으로도 성공이었죠. 그러나 지금처럼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신선함과 깊이, 진지함을 고루 갖춘 작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만큼 영화제작이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지요.』
「프랑크」씨는 이 문제의 해결을 「도스토예프스키」적 접근방법, 즉 사회가 범인들을 다루는 방법을 이해하는 데서 찾고자 한다.
그의 75년 작품『금지된 구역』은 청소년범죄수용소와 수감자들의 문제를 날카롭게 파헤쳤고 『최종판결』은 사형의 문제를 꼬집고 있다.
영화제에 출품된 기록영화들은 소련의 다른 영화들처럼 작품의 목적달성을 위해 멜러 드라마형식에 기대는 경향이 짙다.
이 때문에 때때로 귀에 거슬리는 삐걱 소리가 나기도 하지만 비유적·묘사의 힘이 발휘되는 장면들은 과열된 이야기를 이해시켜준다.
영화제 출품작중의 하나인 「타티야나·추보코바」의 작품 『귀향』은 아프가니스탄 전투에 참가했던 병사들의 환멸을 처음으로 입밖에 낸 소련영화다.
그러나 체르노빌 핵 공장의 방사선 누출사건을 다룬 영화는 3편중 1편만 개봉된 점에서 볼 수 듯 아직 한계는 존재하고 있다.
체르노빌사태의 재앙을 다룬 영화『발단』은 원자력 당 위원회의 저지로 개봉이 취소되고만 것이다.

<유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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