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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 뚫고 인명 구하다 척추·다리 다친 작가 등 16명에 ‘시민영웅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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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의로운 일을 한 시민 16명이 13일 ‘2018 올해의 시민영웅상’을 받았다. [사진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의로운 일을 한 시민 16명이 13일 ‘2018 올해의 시민영웅상’을 받았다. [사진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작가이자 청년 멘토로 활동 중인 류광현(35)씨는 지난 1월 러시아로 여행을 떠났다. 모두가 잠든 새벽 매캐한 연기에 눈을 떠보니 묵고 있던 호텔에 불이 났다. 서둘러 옷을 챙겨 밖으로 빠져 나왔지만 대부분이 대피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는 다시 호텔로 들어가 방문을 두드리며 잠든 이들을 깨워 탈출을 도왔다. 하지만 그 사이 불길이 번져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꽉 막혔다. 결국 류씨는 2층 창문에서 뛰어내리다 척추와 다리를 심하게 다쳤다.

에쓰오일 등 주최, 중앙일보 후원 #류광현·차명진 등 총 1억4000만원

 13일 류씨는 ‘2018 올해의 시민영웅상’을 받았다. 에쓰오일(S-OIL)과 한국사회복지협의회(회장 서상목)가 주최하고 중앙일보와 경찰청이 후원하는 상이다.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이웃을 위해 헌신한 의로운 시민을 격려하는 취지다. 의로운 일을 하다 몸을 다친 경우 의상자(義傷者), 그렇지 않은 경우 활동자로 칭한다.

 류씨와 함게 의상자로 선정된 차명진(42)씨는 지난 6월 경기도 안성의 한 저수지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풍덩 소리가 들려 눈을 돌려보니 20여m 떨어진 곳에서 한 남자 아이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그는 곧바로 물에 뛰어 들어 아이를 구조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갑작스런 구조 행위로 근육에 무리가 가해지면서 신장에도 이상이 생겨 병원에서 치료중이다.

 활동자로 선정된 박세훈(44)씨는 지난 5월 경남 함안군 중부내륙고속도로 상에서 대구 방향으로 달리던 1톤 트럭이 중앙분리대를 들이 받는 장면을 목격했다. 이후 트럭은 100여m를 더 주행하며 갓길 쪽으로 차선을 침범했다. 뒤를 따르던 박씨가 차안을 보니 트럭 운전사가 간질 증상을 보이며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박씨는 재빨리 핸들을 틀어 트럭을 자신의 차로 막아 세워 대형 사고를 예방했다.

 40대 남성이 칼에 찔리는 것을 맨몸으로 막아낸 이상호(23)씨도 활동자로 뽑혔다. 지난 7월 이씨는 경남 통영에서 광주로 향하는 고속버스 안에서 한 남성의 비명 소리를 듣고 달려갔다. 20대 여성이 자기 앞좌석에 있던 남성을 과도로 찔렀다. 이씨는 순간적으로 여성을 제압하며 칼을 빼앗았다. 경찰에 따르면 이 여성은 정신 관련 질환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는 이처럼 의상자 2명, 활동자 14명 등 모두 16명에게 ‘시민영웅상’이 돌아갔다. 이들에겐 총 상금 1억4000만원이 수여됐다. 서상목 회장은 “위험한 상황을 무릅쓰고 헌신적이고 용감한 활동을 한 시민영웅들에게 큰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시민영웅 수상자 ▶의상자=류광현(35), 차명진(42) ▶활동자=김도형(35), 김용우(51), 박세훈(44), 박종훈(53), 신세현(14), 신재하(38), 엄창민(15), 오무연(34), 오현택(33), 이상호(23), 이재황(34), 정명성(47), 정호균(15), 조민희(24)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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