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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균형보도 아쉽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언론에 대한 그간의 신뢰가 금이 가는 아픔을 느낀다. 한쪽의 주장만을 옳다고 하는 소란스러운 세상이다.
모 일간지에서는 고대 법대의 수업거부 반대 투표결과에 관한 기사에서「침묵의 다수 군중」이 운동권 학생에게 정면으로 반대의견을 표시했다는 보도를 했다. 많은 이들의 놀라운 질문은 곤혹스러웠다.
그 기사를 쓰신 기자께선 과연 침묵의 다수 중 어떤 사람들에게 그 진의를 물었는지 묻고 싶다. 책상에 앉아, 아니면 편견의 일부 말만 듣고 침묵의 다수라는 사람들의 뜻을 자의적으로 매도한 것은 아닐까.
우린 방법상의 차이와 시기를 의논한 것이다. 현실을 아파하는 대학인이라면 모두가 민족을 사랑하고 민주를 염원하고 있다.
모일간지와 모 정당이 서로를 헐뜯는 송사판을 벌이고 있다. 진흙탕에서 함께 뒹구는 꼴이다.
언론마다 지하철파업을 두고 「지옥철」이라며 찍은 사진을 보여준다. 칼자루를 쥔 이의 불성실은 잊어두고 그 결과만을 약한 이들의 처신에 미루는 듯하다. 관계 부서와 감독기관은 사태에 대응하는 대신 언론의 입질에만 신경을 쓰는 꼴이다.
지하철을 이용해보니 출퇴근시간이 소위 「지옥철」이니 그 시간대에 집중한 배차, 차량수의 증차 배려보다는 여론을 편으로 삼는 일에 급급하다.
사회의 목탁이라 자부하는 언론이 한 면만을 두드리는 잘못은 없는가 살펴보아야 한다. 구미에 맞고 같은 의견을 가진 이들만을 글로, 화면으로 이끌지는 않았는지 자성해야 한다. 왜 행인들에게 들이미는 마이크가 올바른 소리하는 이는 찾지 못하는가. 어떤 이유이든 한 쪽을 의도적으로 강조한다면 왜곡이고 잘못된 것이다. 여론은 실제를 보여주어 이 땅에 사는 모두가 올바른 실상을 알게 해야한다.
신문과 방송, 우리의 모든 언론은 두 눈을 크게 떠야 한다. 이제 겨우 말문이 트였는데, 이젠 양심 있고 뼈있는 말을 해야한다. 우리 조상들께선 도끼를 들고 상소문을 바치셨던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어떤 형태의 노동운동이든 모두 미화시키자는 얘기는 아니다.
학생들의 폭력시위조차 눈감아 주고 편을 들자는 주장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언론은 굳건한 모습으로 현실을 굴절 없이 그대로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상진 <서울 이태원 2 동 의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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