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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고수들, 인터넷서 월드컵 대표급 해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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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 네티즌이 최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린 글의 일부다. 그는 가나와의 평가전(4일)에서 노출된 한국팀의 전술적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 글은 하루 만에 조회 수 2만 건을 넘겼다. 네티즌들 사이에선 '포백-스리백'논쟁을 일으켰다. 이후 국내 신문과 방송도 포백 수비의 문제를 지적하고 스리백으로의 전환 가능성을 점치기 시작했다. 10일 오후엔 한국 축구 대표팀이 훈련 도중 3-4-3 포메이션을 실험했다는 소식이 독일 현지에서 들려왔다. 한 네티즌의 분석이 설득력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독일 월드컵 개막과 함께 인터넷을 무대로 축구 매니어들이 뜨고 있다. 특히 경기 결과와 전술 등을 분석하는 축구 해설의 '고수'들이 주목받는다.

◆ 아마추어 축구 '논객' 등장=인터넷에선 축구 칼럼을 쓰는 '분석파'가 맹활약 중이다. 인기 아마추어 논객의 경우 조회 수가 1만~2만 건을 넘길 정도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이들의 칼럼은 관전평부터 전술, 선수 기용, 구장의 특성 등 '축구의 모든 것'을 망라한다. 전문 해설가를 뺨 칠 정도다. 인터넷을 통해 고수들의 글이 확산되면서 일반인들조차 '축구 전문가'가 되고 있다. 한준희 KBS 축구 해설위원의 경우 미국 유학 시절 아마추어 논객으로 활동하다 전문 칼럼니스트를 거쳐 지상파 방송 해설가로 변신했다.

이들이 활동하는 주요 커뮤니티에는 보통 10만여 명의 회원이 가입, 국내.외 유명 선수의 연봉과 기량 등 세세한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S축구 커뮤니티 회원인 회사원 박모(29)씨는 "과거엔 주로 해외에서 정보를 구했지만 2002년 월드컵 이후 전문 칼럼니스트가 활동하는 커뮤니티를 통해 필요한 자료를 얻는다"고 말했다.

언론의 오보를 감시하기도 한다. 유명 축구 선수들의 주요 경력은 물론 사생활까지 꿰고 있는 이들의 촘촘한 '감시망'을 통해서다. 최근 한 논객은 축구 커뮤니티에서 "국내의 유력 일간지가 독일의 발라크(미드필더)에게 '스트라이커'라는 수식어를 붙였다"며 "이는 미드필더인 박지성에게 '한국 최고의 중앙 수비수'라는 칭호를 붙인 것과 같은 어이없는 오보"라고 지적했다.

◆ 평점부터 베팅까지=인터넷에 선수별로 점수를 매기는 '평점파'도 생겼다. 평점 시스템은 영국 등 해외 언론이 주요 선수를 대상으로 해오던 것으로 박지성과 이영표 선수의 경기를 통해 국내에 알려졌다. 국내의 경우 네티즌들이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경기에 나선 국.내외 선수에게 4점(매우 못함)~10점(완벽)까지 부여하고 있다.

직장인들 사이에선 아마추어 논객의 분석과 네티즌의 평점을 토대로 월드컵 내기가 유행이다. 이른바 '베팅파'다. 이들은 대개 경기 결과를 놓고 1만원 정도의 베팅을 즐긴다. 스포츠 토토에 따르면 토고전(13일)에는 40만 명 이상이 베팅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병관(스포츠 심리학) 경희대 교수는 "전문성을 갖춘 인터넷 축구 논객의 등장 등은 정보통신(IT) 기술이 앞선 한국이기에 나타나는 독특한 현상"이라며 "이는 축구의 저변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강현.권호 기자

▶축구 매니어의 주요 인터넷 집결지

- www.soccerline.co.kr:월드컵 및 각국 리그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

- kr.uefa.com:유럽축구연맹 한글 사이트. 축구 본고장 유럽 전 지역의 클럽을 자세히 소개

- column.eflamma.com:칼럼 중심의 축구전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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