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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베트남에 ‘김정남 암살’ 비공식 사과..파장일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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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암살된 김정남(왼쪽)과 김정남 살해 혐의로 기소된 베트남 출신 피고인 도안 티 흐엉(오른쪽) [중앙포토, 연합뉴스]

지난해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암살된 김정남(왼쪽)과 김정남 살해 혐의로 기소된 베트남 출신 피고인 도안 티 흐엉(오른쪽) [중앙포토, 연합뉴스]

 북한이 김정은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 사건에 베트남 국민을 연루시킨 데 대해 사과했다고 11일 베트남의 고위 외교 소식통이 밝혔다.

김정남, 지난해 말레이 공항서 베트남 여성 등에 암살 돼 #전 주베트남 북한 대사 아들 등 북한 국적 4명 배후로 지목 #외교 소식통 “베트남, 자국 국민 연루 반발..北이 사과”

이 소식통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자국민을 김정남 암살에 이용한 데 대해 베트남이 북한에 공식 사과를 요구하며 양국 관계가 급격히 나빠졌다. 이에 공식적으로는 아니고 비공식적으로 북한이 베트남에 사과의 뜻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김정남은 지난해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신경계 독극물질인 VX 신경작용제로 살해 당했다. 범인으로는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30)과 인도네시아 여성 시티 아이샤(26)가 지목됐고, 현재 말레이시아에서 살인죄로 재판을 받고 있다.

말레이시아 경찰에 따르면 이들에게 VX를 건네고 김정남 얼굴에 바르도록 지시한 주범은 북한 국적자 이재남(58), 이지현(34), 홍송학(35), 오종길(56) 등 4명이다. 이들은 사건 당일 말레이시아를 빠져나갔다.
이 중 이지현은 이홍 전 주베트남 북한 대사의 아들이다. 현지어에 능통한 이씨가 연예인 지망생이었던 흐엉에게 접근해 암살 계획에 끌여들였다는 것이다.

자국에 주재하던 대사의 아들이 베트남 여성을 직접 암살 사건에 연루시킨 것으로 드러나자 베트남 정부는 한때 북한과 외교 관계 단절까지 고려할 정도로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외교관을 제외한 북한 국적자의 비자 연장을 거부하고 북한 식당의 임대계약도 연장하지 않았다.

이런 외교적 압박에 북한은 얼마 전 사과를 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면 김정남 암살을 시인하는 뜻이 되기 때문에 비공식으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근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베트남을 방문한 것은 북한의 비공식 사과 뒤 양국 관계를 다시 정상궤도로 올린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공식이었다 하더라도 사과는 곧 김정남 암살 사건에 대한 북한 당국의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볼 소지가 있다. 다중이용시설인 공항에서 화학무기의 일종인 VX를 사용한 것은 테러 행위로 볼 수 있다. 지금은 북ㆍ미 간 화해 국면이 조성되며 김정남 암살 사건이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아 있지만, 정세가 변하면 언제든 북한에 책임을 물을 근거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베트남과 북한 간 양자관계와 관련한 사안은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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