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C조' 아르헨티나, 코트디부아르에 쳣 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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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죽음의 조'였다. 11일(한국시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2006 독일월드컵 C조 첫 경기에서 아르헨티나는 난적 코트디부아르를 상대로 2-1 승리하며 승점 3점을 챙겼다.

승자는 아르헨티나였지만 '아르헨티나의 경기'는 아니었다. 월드컵 처녀 출전국인 코트디부아르는 과연 다크호스였다. 프란츠 베켄바우어 독일월드컵 조직위원장을 비롯해 대부분의 축구 전문가가 가장 돌풍을 일으킬 팀으로 꼽은 코트디부아르는 화려함으로는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를 압도했다. 아스널의 철벽 콜로 투레와 에마뉘엘 에부에, 아프리카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 디디에 조코라, 첼시의 원톱 디디에 드로그바 등은 경기 내내 상대 선수 사이를 헤집으며 처녀 출전국이라는 사실을 무색케 했다.

그러나 반드시 이기겠다는, 그래서 2002년 조별리그 탈락의 뼈아픈 기억을 다시 재현하지 않겠다는 아르헨티나의 의지는 강했다. 개인기 위주의 돌파를 찾아보기 힘들었고 마치 '전차 군단' 독일을 보는 듯 꽉 짜여진 조직 축구를 구사했다.

이런 아르헨티나의 플레이는 곧 결실을 맺었다. 전반 24분 상대 진영 왼쪽에서 후안 리켈메는 간결한 프리킥을 올렸고 이것이 아르헨티나 선수들 몸을 맞아 흐르자 달려들던 스트라이커 에르난 크레스포 역시 '간결하게' 해결했다. 전반 38분의 두번째 골도 마찬가지였다. 리켈메는 상대 진영 중간에서 돌진하는 하비에르 사비올라에게 기습적인 전진패스를 찔러줬고 사비올라는 간발의 차로 코트디부아르의 오프사이드 함정을 깨뜨리며 추가골을 작성했다. 전반 아르헨티나의 유효 슈팅 3개 중 2개로 승부를 가른 것이다.

반면 경기 내내 파상 공세를 펼친 코트디부아르의 슈팅은 주술에 걸린 듯 골문을 외면해 응원석 한켠을 가득 메운 3000여 응원단을 안타깝게 했다. 후반 37분 드로그바는 조국의 월드컵 본선 첫 골의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경기 내내 보여준 '코끼리' 전사들의 골을 향한 열망에 비해서 한 골은 인색한 것이었다. 슈팅 수에서는 13대9로 코트디부아르가 앞섰다. 그들이 이 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은 C조가 진정 '죽음의 조'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케 했다.

함부르크=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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