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의리 중시한 이재수, 고교동기 박지만 수감 땐 옥바라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명예 중시하던 이재수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로는 구속 말아달라" 

7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은 1981년 소위로 임관한 뒤 2013년 4월 중장으로 진급할 때까지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 동생 박지만 EG회장의 고교(서울 중앙고)와 육사 동기(37기)라는 배경을 지닌 그는 군 인사 전문가로서도 능력을 인정 받았다. 부하들로부터 평가도 좋았다.

투신한 前 기무사령관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 지난 27일 오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 지난 27일 오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2013년 10월 제41대 기무사령관으로 취임하면서 그의 인생은 변곡점을 맞는다. 당시 세월호 유가족을 사찰한 혐의로 최근 구속은 면했지만 본격적인 법정 공방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1977년 박지만 회장과 함께 중앙고등학교를 졸업한 이 전 사령관은 육사 37기로 엘리트 코스를 시작했다. 2007년 11월 준장으로 진급해 육군 제2작전사령부 인사참모처장을 지냈고, 2010년 소장 진급 후에는 육군 제53보병사단장, 육군본부 인사참모부장을 역임했다. 2013년 중장에 오른 후에는 육군 인사사령관을 거쳐 국군 기무사령관에 취임했지만 1년만인 2014년 10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육군 3군사령부 부사령관으로 근무하다 2016년 전역하며 35년 군 생활을 마무리했다.

35년 군 생활 동안 이 전 사령관은 명예와 의리를 중시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절친인 박지만 회장이 수감됐던 2002년 옥바라지를 한 일화로 유명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야당 정치인이던 시절이어서 진급에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이 전 사령관은 박지만 회장의 곁을 지켰다고 한다. 젊은 시절 박 전 대통령을 누나라고 부를 만큼 사이가 가까웠다. 이 때문에 기무사령관직에서 1년 만에 물러날 때 “대통령 측근간 알력 다툼에 희생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를 상관으로 모셨던 예비역 인사는 “업무를 할 때는 책임감이 뛰어난 군인이었다”고 회고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유가족 등 민간인 사찰을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는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부 사령관이 7일 오후 2시 48분쯤 투신했다. 이 전 사령관이 투신한 서울 송파구 문정동 오피스텔 바닥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비는 문구가 적힌 종이가 놓여져 있다. [뉴스1]

세월호 참사 당시 유가족 등 민간인 사찰을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는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부 사령관이 7일 오후 2시 48분쯤 투신했다. 이 전 사령관이 투신한 서울 송파구 문정동 오피스텔 바닥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비는 문구가 적힌 종이가 놓여져 있다. [뉴스1]

민간인 신분이던 그는 올해 기무사의 세월호 유가족 사찰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화제의 중심에 섰다.  2014년 4~7월 기무사 대원들에게 세월호 유가족의 정치 성향 등 동향과 개인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사찰하게 하고, 경찰청 정보국으로부터 진보단체 집회 계획을 수집해 재향군인회에 전달토록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이 전 사령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해 29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지난 3일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면서 구속 위기를 벗어났다.

이 전 사령관은 검찰의 수사에 강하게 반발해오며 억울함을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과정에서 당시 업무가 사찰이 아니라는 점을 줄곧 주장했다. 영장실질심사에서 이 전 사령관측 변호인은 “육군 예비역 중장의 명예를 생각해서라도 도주나 증거 인멸 우려로 영장 발부하지는 말아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전 사령관의 지인은 “명예를 중시하던 고인은 ‘나는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말하곤 했다”며 “다음주에 본격적으로 재판을 준비할 것처럼 보였는데 극단적 선택을 할지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인은 "강단 있는 성격이라 (자살이) 더욱 믿기지 않는다"며 "수사 과정에서 법원 판결에 희망이 없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