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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방송의 공공성을 망각한 KBS ‘오늘밤 김제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정치적 편향성으로 논란을 빚어 온 KBS 시사프로 ‘오늘밤 김제동’이 또 한번 도를 넘었다. 북한의 3대 세습이 박정희·박근혜 부녀 대통령과 다를 바 없다는 비상식적 주장을 여과 없이 방송해 국민의 분노를 자아냈다.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며 국민적 총의를 모아야 하는 공영방송으로서 균형감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오늘밤 김제동’은 소위 ‘김정은 위인맞이 환영단’ 김수근 단장의 인터뷰를 방송했다. 김 단장은 지난달 환영단을 출범시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열렬한 팬이다” “나는 공산당이 좋다” 등의 발언으로 논란을 낳았던 인물이다. 그는 방송에서 “(김 위원장에게서) 우리 정치인들에게 볼 수 없는 모습을 봤다. 정말 팬이 되고 싶었다” “박정희 대통령 이후에 박근혜 전 대통령도 대통령이 되고, 시진핑이나 푸틴은 20년 넘게 하는데 왜 거기는 세습이라고 얘기하지 않나”라고 발언했다. “생각할 자유를 달라”고도 했다.

KBS 내부에서조차 비판이 나왔다. KBS 공영노조는 5일 성명을 내고 “공영방송 KBS가 보도할 내용이 맞는가. 마치 북한 중앙방송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KBS가 김정은 남한 방문의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총대라도 멘 것인가”라며 “국가 기간방송이 어떻게 현행법에 반국가단체로 규정된 북한의 김정은을 일방적으로 찬양하는 발언을 그대로 방송하는가”라고 지적했다.

물론 이날 방송에 패널로 나온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등은 ‘세습 발언’ 등을 문제삼기는 했다. 그러나 그에 앞서 무분별하게 북한을 추종하고 김정은을 영웅시하는 일각의 비이성적인 움직임에 대해 공영방송이 이처럼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해 다루는 것 자체가 적절한지 의문이다. 정치적 균형과 공공성· 공정성이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다. KBS와 ‘오늘밤 김제동’은 이 점을 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