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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윤장현의 수상한 해명 … 귀국해 수사 응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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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윤장현 전 광주시장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윤 전 시장은 권양숙 여사(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를 사칭한 40대 여성으로부터 “5억원을 빌려 달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고 네 차례에 걸쳐 4억5000만원을 송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노 전 대통령의 혼외자’라는 말에 속아 이 여성의 아들(김대중컨벤션센터 직원)과 딸(사립중학교 기간제 교사)의 채용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윤 전 시장은 ‘전화 속 여성’을 진짜 권 여사인 것으로 곧이 믿어 벌어진 보이스피싱 피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의 해명처럼 악질 사기꾼에게 순진하게 걸려든 것일 수도 있겠지만, 설사 그렇다 해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너무 많다.

우선 다른 정치인들은 이를 보이스피싱으로 여기고 대응하지 않았던 데 비해 윤 전 시장만 유독 사기에 걸려들었다는 점이다. 고작 문자 메시지와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여성의 목소리 연기에 속아 넘어가 거액을 송금했다는 사실을 믿을 국민이 과연 몇 사람이나 있겠는가. 시장의 말 한마디에 신원 확인이나 능력에 대한 검증 없이 공공기관과 학교에 낙하산 채용이 이뤄졌다는 점도 문제다. 직권을 이용한 명백한 정실·밀실 인사 아닌가. 누가 봐도 비상식적인 일이다 보니 ‘공천 헌금’ 의혹마저 일고 있다. 만약 사실이라면 엄청난 정치적 스캔들로 비화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진상이 밝혀져야 할 것이다.

경찰은 차일피일 미루다 윤 전 시장이 네팔로 의료봉사활동을 떠난 뒤에야 김대중컨벤션센터와 해당 중학교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뒷북수사·늑장수사란 비난을 면키 어렵다. 네팔에 머물고 있는 윤 전 시장은 검찰 소환에 불응한 채 “노 전 대통령의 혼외자라는 말을 듣고 몸이 떨렸고, 인간 노무현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이성이 마비됐다”고 말했다. 이런 해명을 십분 이해한다 해도 네팔에 머물며 귀국하지 않는 것은 또 다른 오해를 부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