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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 또 덮친 ‘검은 화요일’ 코스피 2100 다시 무너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 주식시장에 미국 증시 급락이라는 그림자가 다시 드리웠다. 다우존스와 나스닥,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같은 미 주요 주가지수가 4일(현지시간) 3%대로 동반 급락했다. 이 여파로 간신히 회복한 코스피 2100선도 다시 무너졌다.

5일 코스피는 하루 전보다 27.78포인트(1.31%) 내린 2086.57로 출발했다. 지난 3일 간신히 회복한 코스피 2100선이 이틀 만에 다시 깨졌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불안감이 다시 증시를 덮치면서 4일(현지시간) 미 주요 주가지수가 3%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사진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EPA=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불안감이 다시 증시를 덮치면서 4일(현지시간) 미 주요 주가지수가 3%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사진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EPA=연합뉴스]

이날 오전 9시 30분 현재 코스피는 전일 대비 19.61포인트(0.93%) 하락한 2094.72로 거래 중이다. 주식시장 개장 이후 코스피는 초반 낙폭을 만회하는 중이지만 2100선을 재탈환하지는 못한 상황이다.

4일 미국 증시를 다시 덮친 ‘검은 화요일’ 공포가 한국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끼쳤다. 그날 다우지수는 전일 대비 3.10%, 나스닥지수는 3.80%, S&P 500지수는 3.24% 일제히 추락했다. 주요 미 상장사 주가가 급락하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가 급락한 이유는 2가지”라며 “미국 무역 협상의 ‘잡음’, 미국 장단기 금리 역전”이라고 짚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지난 주말 정상회담으로 ‘봉합’ 수순을 밟는듯 했던 양국 간 무역 전쟁 전망이 또다시 안갯속으로 빠졌다. 대중 무역 협상 강경파로 알려진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이번 협상 당사자로 나선 데다, 이번 무역 분쟁 ‘휴전’ 협상 내용에 대한 두 정상의 발표에서 엇갈린 내용이 부각되면서다.

미국 채권시장에서 나타난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도 금융시장 불안 요소로 떠올랐다. 보통 만기가 짧은(단기) 채권 금리가 장기 채권 금리에 비해 낮게 책정된다. 그런데 미 국채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보다 높은 현상이 확산하기 시작했다. 미국 경기를 두고 ‘단기 호황, 장기 불황’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다. 지금은 경기 활황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경기가 부진해질 수 있다는 점이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으로 이어졌다. 이것이 미 증시를 끌어내리는 변수로 작용했다.

하인환 연구원은 “일단 (미국과 중국이) 휴전 기간을 가졌지만 협상의 핵심인 ‘중국 제조 2025(독자 제조 기술 확보를 위한 중국 정부 주도의 정책)’에 대해선 합의하기 힘들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라면서 다만 “장단기 금리 역전에 대한 반응은 다소 과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장단기 금리 역전이 경기 침체를 가리키는 신호라고 알려졌지만 역전 현상 자체가 경기에 직접적은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르헨티나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가졌다. 무역 분쟁이 봉합 수순을 밟는듯 했지만 다시 전망은 안갯속으로 빠졌다. 사진은 지난해 트럼프 중국 방문 당시 모습. [AP=연합뉴스]

아르헨티나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가졌다. 무역 분쟁이 봉합 수순을 밟는듯 했지만 다시 전망은 안갯속으로 빠졌다. 사진은 지난해 트럼프 중국 방문 당시 모습. [AP=연합뉴스]

다른 전문가의 분석도 비슷하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지난 주말 미ㆍ중 정상회담 이후 봉합됐다고 생각했던 무역 전쟁 불확실성이 다시 커졌다”며 “미국이 대중 강경파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를 중국과의 90일 무역 협상 ‘얼굴’로 내세우면서 향후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인식을 갖게 했다”고 짚었다.

또 김 연구원은 “제롬 파월 미국 Fed 의장의 (통화 완화적인 내용의) 연설 이후 통화정책 기조 변화에 대한 높아진 기대도 의심으로 변했다”며 “Fed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자신감도 시장에 부담이 됐다”고 덧붙였다.

무역 전쟁과 금리 인상. 둘 다 이른 시일 안에 해소될 변수가 아니다. 미국 증시를 중심으로 한 시장 흔들림이 앞으로 지속할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김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미국과 중국) 무역 갈등에 대한 잡음이 발생할 경우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대신 김 연구원은 “무역 협상이 장기화할수록 시장의 반응은 다소 무뎌지며 공포 심리가 약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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