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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정상화 가능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하철파업이 1주일째로 접어들면서 작업복귀 근로자들이 점차 늘어나 지하철운행이 호전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야당 당사에서 농성중인 임시집행부는 정상조업의 전제조건으로 구속자 석방과 수배자 해제를 고집하고 있으며 서노협 등 외부세력마저 농성에 가세함으로써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거기다가 정부 또한 주동자들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발부 받아 이의 집행을 위해 야당과 협의하는 등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지하철운행은 그런대로 정상화되더라도 노사의 정상관계는 당분간 회복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다행히 지하철 운행이 호전국면으로 돌아섰기에 망정이지 그 동안 시민들이 겪은 고통과 희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초만원 전동차에서 여러명의 승객들이 질식해 기절한 소동이 몇차례 있었고 안전사고도 적지 않았다. 정원의 4배를 태운 무리한 운행과 일손부족으로 인한 정비불량상태가 계속될 경우 대형사고가 일어나지 않나 하는 조마조마한 불안감이 그 동안 떠나질 않았다.
그러한 가운데 격분한 시민들 중에는 시민이 무슨 잘못이 있기에 이토록 괴로움을 당해야 하느냐며 불평을 쏟았고 이번 기회에 가혹한 응징으로 본때를 보여야한다는 여론도 들끓었다.
노조측이 잘 알고 있듯이 그 동안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합의사항이행」도 거의 들어주었고 「지하철근무수당의 기본급화」역시 1월분까지 소급 적용해 지급했으며 무리하고 부당한 요구라 할 김명년 지하철사장 사퇴요구도 이미 본인이 퇴진했다. 이렇듯 서울시가 양보할 만큼 했고 노조측의 주장과 요구가 대충 충족되었으면 다음 차례는 노조측이 한발짝 물러서는게 마땅한 도리일 것 같다.
특히 구속자·연행자 석방과 수배자 해제라는 새로운 요구를 내놓고 조업을 하려드는 노조원의 근무를 방해하는 것은 정도가 지나치다는 느낌이다. 구속자 석방과 같은 사법처리문제는 시장은 물론이고 정부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파업이라는 무기와 다수의 힘으로 초법적인 조치를 해내라는 것은 지난날 법을 멋대로 운용하던 권위주의 정치하에서나 통하던 논리다.
이 문제에 관해선 모든 근로자가 복귀해 지하철을 정상화하면 법적처리는 관대히 하도록 건의하겠다는 뜻을 정부 당국자가 이미 밝혔고 야당측도 구속자 석방과 직장복귀를 동시에 이룩할 수 있도록 주선할 뜻을 밝히고 있어 전혀 무망한일도 아니다. 단지 당사자인 노조측이 일방적으로 요구할 사항이 못된다는 점은 인식할 필요가 있다.
노조원들이 직장을 잃고 방황하게 되거나 많은 간부들이 형사 처벌을 받는 불행한 사태는 어느 누구도 원치 않는 일이다. 더구나 좋지도 않은 지하의 근로환경에서 어려운 일을 맡아왔으면서도 노고에 대한 치하는 커녕 이번 일로 사회로부터 원성과 지탄의 대상이 된 것은안타까운 일이다. 또 그렇기 때문에 법적 처리에서는 그 같은 정상이 참작될 수 있다고 우리는 본다.
지하철이라는 공공기관에 종사하는 직장인은 서울 전체 시민의 공익과 직결되고 서울이라는 공동체의 발전과 번영에 기여하고 있다. 직장을 아끼는 일이 공동체를 위하고 자기 자신을 위하는 길이 아닌가.
그 동안 노사간에 빚어졌던 분규의 경의나 잘 잘못은 나중에 따지고 우선 직장에 복귀해 지하철을 정상화시키기를 간곡히 당부한다. 노조원들이 지금부터라도 자제와 슬기로 성의를 다하면 구속자 석방과 같은 문제는 어렵지 않게 해결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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