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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신약 개발에 사활 걸고 줄달음-제약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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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근 제약 업계는 87년7월부터 실시된 물질 특허제 도입과 의약품 완전개방 등 외적 요인과 의료 보험 확대 및 의약분업 예정 등의 내적 요인으로 커다란 변화를 맞고 있다.
더구나 거의 대부분이 내수 시장인 제약업에 대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 기존 제약 업체들을 바싹 긴장시키고 있다.
현재 국내 제약 시장의 규모는 약2조5천억원.
이러한 시장을 놓고 3백50여개의 업체가 난립, 각축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중 생산실적이 1백억원 이상 되는 업체는 불과59개이며 소위 대 메이커라는 상위 30개 업체가 전체 생산실적의 65%를 차지할 정도로 대부분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3백50개사 난립>
제약 업계의 선두 주자는 동아 제약(대표 손정삼). 88년 생산실적 1천9백60억원으로 2위 종근당(9백7억원) 과는 무려 1천억원 이상의 매출 격차를 보이고 있다.
동아는 지난67년 처음으로 매상고 1위를 기록한 이래 계속 그 자리를 고수해 오고 있는데 여기에는 총생산액의43%(88년)를 차지하는 박카스-디(8백44억원)의 공헌이 절대적이다.
57년에 지은 초창기의 서울 용두동 공장에서 71년 안양에 5만 여평 규모의 공장으로 확장, 이전한 동아 제약은 80년에는 GMP(우수 의약품 제조 관리 기준)제도를 도입, 현재 연간 2천억원 규모의 주사제· 정제· 캅셀· 연고제 등 1백50여종을 생산하고 있다.
종근당(대표 손영동)은 3만5천평의 서울 구로 공장, 1만5천평의 반월 공장에서 펜잘· 제스탄 등 1백50여종의 의약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연간 정제 15억정, 캅셀 7억5천만개, 액제 7천2백만병 등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88년 생산실적은 9백7억원.
이 뒤를 동화 약품(대표 이우용· 생산실적 8백97억원)영진 약품(대표 김생기· 8백82억원)유한양행 (대표 연만희· 7백49억원)등이 따르고 있다.
현재 제약 업계의 가장 큰 과제는 물질 특허 도입에 따른 신약 개발이다.
아직까지 독자적인 신물질을 거의 보유하지 못하고 있는 국내 제약 업계는 지난87년7월 물질 특허 제가 도입되면서 외국 회사와 특허 분쟁에 휘말려 있는 곳이 많다.
이미 30여개사가 특허 분쟁 중에 있는데 앞으로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그만큼 자체 기술 개발보다는 외국에서 개발된 제품을 모방해 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특허 분쟁에서 패소할 경우 물질 사용에 대한 로열티까지 지불해야 되므로 독자적인 신약을 개발하지 못한다면 국내 제약 업체들은 외국 약품의 수입 대리점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각 업체들은 사활을 걸고 경쟁적으로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동아 제약 작년 60억원을 투자, 경기도 상갈에 GLP(동물 임상 실험 시설)연구소를 신축, 심장 순환계 약과 항암제 개발에 노력을 집중할 계획이며 매년 총매출액의 3∼5%를 신약 개발에 투입한다는 방침을 세워 놓고 있다.
유한양행도 작년 시흥에 GLP연구소를 설립, 유전 공학 연구 부문을 강화시켜 생체 단백질의 분리와 정제에 관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외에도 녹십자·대웅제약·동화약품·보령제약·종근당·중외제약·한미약품 등이 작년에 10억원 이상을 신약 연구 개발비로 투입, 대처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기업들도 제약업에 참여, 신약 개발에 뛰어들었다.
제일 제당이 작년 B형 간염 백신 개발에 이어 성인병 치료제인 유전 공학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주)럭키도 연간1백억원 이상을 투입, 인간 성장 호르몬 혈전 용해제(TPA)등 유전 공학 약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와 같은 대기업의 제약 업계 진출에 대해 기존 제약 업체는 반발과 긍정, 두 가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기업 참여 논란>
동아 제약의 남윤성 이사는『막대한 자본력이 있는 대기업들이 신 물질 개발에 집중 투자한다면 국내 제약 산업에 큰 도움이 되지만 기존의 개발 상품 경쟁에 끼여든다면 서로 피해를 보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제약 업계의 또 다른 변화는 경영 다각화 현상.
작년 수출 총액이 1억 달러에 못 미칠 정도로 내수 시장에 국한돼 있고 제약 산업이 이제는 저 성장 산업이라고 판단, 업체들은 건강식품·의약부외품·의료용구·화장품 등 제약 산업과 연관된 분야는 물론, 전자·기계·자동차용품·호텔·유통 등에까지도 진출, 경영 합리화를 꾀하고 있다.
동아 제약 식품· 유통· 화장품· 와인 제조 등에 지출했으며 동화 약품은 초자· 병마개 제조, 녹십자는 건강 식품· 의료 기기 분야에 나섰다.
대능제약은 청량음료와 치약· 화장품을, 일동 제약은 맥슨전자 외에 샴푸· 농약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제약 업체들은 이런 경영 다각화 전략이 앞으로 자본 추적을 가능케 해주고 결과적으로 신약 개발에 대한 투자를 가능케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뜻하나 달라진 현상은 한방 생약의 활발한 개발이다.

<유통 구조에 문제>
물질 특허 및 수입 의약품 개방 체제 아래서 선진국에 대항하는 길은 한방 제제의 과학화와 표준화를 서둘러 우리 고유의 전통 의약을 발전시켜야 한다는데 국내 제약 업체들이 인식을 같이한 것이다.
이미 조선무약의 우황청심원· 솔감탕· 위청수· 솔표쌍금탕, 광동제약의 우황청심원· 광동탕, 한일 양행의 고래표 쌍금탕, 일양약품의 생단액 등이 88년 1백대 단일 품목 안에 드는 생산실적을 올렸으며 한방 생약의 개발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여건 변화에 대응한 다각적인 자구책을 마련하고는 있으나 제약 업계가 안고 있는 문제는 아직도 적지 않다. 가장 심각한 것은 업체 난립에 따른 덤핑 등 유통 구조상의 문제. 약국에 대한 무료 약품 제공, 1년에 두번 정도 하는 어음 결제, 반품 등 재고품의 문제가 산적해 있으며 바로 이런 현상이 제약 업체의 자본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제약 업계는 올해 실시될 예정인 전국민 의료보험 제도로 인한 시장 규모의 확대에 희망을 거는 한편, 앞으로 7∼8년 후면 본격적으로 나타날 물질 특허제 여파를 견디기 위해 신약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손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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