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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스타들 '파워드레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르마니 정장 차림으로 5일(현지시간) 독일 바덴바덴에 도착한 데이비드 베컴(中)을 비롯한 잉글랜드 대표팀 선수들.

돌체앤가바나 정장을 차려입은 이탈리아 대표팀. 왼쪽부터 빈첸초 이아퀸타, 알베르토 질라르디노, 프란체스코 토티.

지난달 26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한 일본 대표팀. 던힐 정장을 빼입은 히데토시 나카타(오른쪽에서 두번째)와 동료 선수들이 환영객의 마중을 받고 있다.

깔끔한 다크 네이비 색 정장을 입고 데이비드 베컴(잉글랜드)이 걸어간다. 단정한 화이트 셔츠에 광택이 도는 하늘색 넥타이를 맸다. 한 손으론 검은색 핸드캐리 트렁크를 끌고 있다. 갈색 가죽 구두에 실린 발걸음이 경쾌하다. 양복 왼쪽 가슴엔 잉글랜드 축구협회 마크가 선명하다. 스티븐 제라드와 웨인 루니 등 동료 선수도 같은 옷차림이다. 모두 이탈리아의 고급 의류 브랜드 '조르지오 아르마니' 제공이다.

9일 개막하는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각 나라 선수단이 속속 독일에 도착했다. 입성의 순간 카메라에 잡힌 그들은 마치 영화제 레드카핏을 밟는 배우들처럼 당당하고 우아하다. 이 순간을 위해 일부팀은 소위 명품 브랜드의 협찬을 받았다. 자신감 있고 고급스런 스포츠 스타의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해서다. 지위와 영향력을 옷차림으로 과시하는 일종의 '파워드레싱'이다.

잉글랜드 대표팀은 조르지오 아르마니로부터 공식 정장과 평상복, 시계.선글라스 등 액세서리를 협찬받았다. 베컴을 개인적으로 협찬하던 인연이 작용한 것. 아르마니는 지난달 의상 발표 회견에서 "오늘날 축구선수들은 패션 리더들"이라고 극찬하며 "선수들의 정신적.육체적 조화를 보여주려 했다"고 자평했다. 스벤 예란 에릭손 잉글랜드 감독은 "옷이 환상적이다. 대표팀이 경기장 밖에서도 멋지게 보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가 베스트 드레서 팀이 될 것"이라며 흡족해 했다.

패션의 나라 이탈리아는 '돌체 앤 가바나'에서 협찬받았다. 이탈리아 선수단의 공식 정장은 불투명한 새틴 소재의 다크 블루 수트. 다크 블루 셔츠에다 같은 계열의 넥타이로 일체감을 줬다. 돌체 앤 가바나 측은 "세계적으로 AC 밀란의 색으로 알려진 파란색과 이탈리아 국기의 삼색(그린.화이트.레드)을 살려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대표팀은 던힐 정장을 입는다. 2004년 4월 던힐과 3년 계약을 해 성인 대표팀뿐 아니라 23세 이하 청소년팀까지 협찬받는다. 이번 월드컵용 정장은 회색 수트. 던힐은 선수단용 수트.셔츠를 250벌씩 한정제작해 일반인에도 판매하고 있다. 던힐 저팬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수트 가격은 20만4750엔(약 170만3000원).

한국 선수단은 별도 정장을 협찬받지 않았다. 다만 LG패션 알베로가 아드보카트 감독과 코칭스태프를 위한 단복을 제공했다. 네이비 블레이저와 회색 바지의 콤비 정장. LG패션 서영주 홍보과장은 "입출국시 스태프들의 강한 단결력을 보여주고 싶다는 감독의 요청에 따라 맞춤 정장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장거리 여행을 고려해 선수들은 정장 대신 트레이닝 유니폼 차림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공식 후원업체인 나이키 측을 배려한 측면도 있다.

명품 의류의 대표팀 협찬은 일종의 '매복 마케팅'이다. 잉글랜드.이탈리아.일본은 각각 엄브로.푸마.아디다스에서 유니폼을 협찬받는다. 선수들이 그라운드 밖에서 노출되는 짧은 순간을 노려 정장브랜드도 월드컵 마케팅에 참여한 것이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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