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이스라엘 관계 회복 검토 할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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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나는 일본 주재 미국 특파원으로 자주 서울을 드나들고 평소 극동-중동 관계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던 터에 최근 서울 방문에서 몇몇 기업가 및 경제 관료와 대화를 가진 후 이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한국은 이제 이스라엘과 국교를 정상화하고 경제 교류를 재개할 때에 이르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다.
한국 정부나 기업가들은 이스라엘이 중동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과학이나 기술 수준이 앞선 나라의 하나이며 경제 규모가 날로 확대, 훌륭한 수출 시장으로서 조금도 손색이 없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물론 한국이 이스라엘과의 교역을 기피하는 원인의 하나가 중동 아랍 국가들의 외교·경제적 보복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전통적으로 원유의 중동 의존도가 높고 또 친 아랍 국가들과도 원만한 외교 관계를 지속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아랍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 처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일본 정도를 제외하고는 세계의 대부분 국가들이 이스라엘 및 아랍 세계와 각각 사거리 외교·통상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도 어느 아랍 국가로부터도 보복 조치를 받고 있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현재도 아랍 국가들은 이스라엘과 교역하는 어느 나라와도 상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국제 관계가 실익 추구 위주로 개편 돼 가는 오늘날 이는「종이 호랑이」격의 엄포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한편 한국의 대 이스라엘 기피 정책은 미국 등지의 유대인들을 자극, 의회나 정부 로비 등을 통해 한국에 개방 압력을 가하게 하는 등 외교적으로도 오히려 역효과를 낳게 하는 원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봐야한다.
과거 한국처럼 반 이스라엘 입장을 견지했던 일본도 이를 비난하는 국내외의 여론과 압력에 부닥쳤을 때 국제 환경 변화와 실익을 면밀히 검토,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등 신속히 대응한 적이 있다.
한국과 이스라엘은 여러 가지 점에서 공통점이 많다.
두 나라 모두 적성 국가에 대항하여 총포를 맞대고 대치하고 있는 준 전시 상황이라는 점, 경제 발전과 군비 확충을 동시에 추진해야하는 어려운 여건, 자유 민주주의와 자유 무역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등 공동의 의식을 갖고 교역을 터 나갈 잠재성은 어느 나라보다도 조성돼 있다고 할 수 있다.
현대나 대우의 자동차가 이스라엘에 상륙했을 때 한국의 중동 원유 수입선이 끊기고 국제 외교 무대에서 고립 될 것이라고 상상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거의 국제 정세만을 떠올리는 선입견에서 온 비약이다.
한국은 이제 상황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할 때다.
이스라엘이 기술 교류 및 상품 교역 가치가 높은 무역 상대국으로 자라났고 이제 아랍 국가들도 과거의 경직된 외교 정책을 수정해 나가고 있는 이때에 한국은 구체적으로 대 이스라엘 관계 개선의 노력을 경주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Willy Ste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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