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함정’ 막으려 금리 올렸지만 내년엔 인상 여력 의문

중앙선데이

입력 2018.12.01 01:08

업데이트 2018.12.01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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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2호 01면

뉴스분석 

한국 경제가 짙은 안개 속으로 접어들고 있다. 주력 산업의 고전과 새로운 성장 동력이 사라진 상황에서 생산과 소비·투자의 부진이 가시화하고 있다. ‘고용 쇼크’도 진행형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 내년도 세계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처럼 한국 경제에 다가오는 퍼펙트 스톰 중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기준금리 인상이다.

1년 만에 0.25%P 올려 1.75%로
가계빚 부동산 쏠림 해소에 방점
경기부양 과제 정부로 공 넘어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30일 기준금리를 연 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1년 만의 인상이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1500조원을 돌파한 가계 빚과 자금의 부동산 쏠림에 따른 금융 불균형 해소에 방점을 찍었다. 경기보다 금융 안정을 택한 것이다. 물가상승률이 목표치(2%)에 이른 데다 잠재성장률(2.8~2.9%)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가는 만큼 한국 경제가 0.25%포인트 수준의 인상은 감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3분기 기준 가계부채는 1514조원을 기록했다. 가계 빚 증가율(6.7%)은 월평균 소득 증가율(4.6%)을 앞지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상에 나선 것은 과도하게 커진 부채 부담으로 금리를 올릴 수 없는 ‘부채 함정(Debt Trap)’에 빠지는 것을 피하고 가계와 시장에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는 ‘통화 정책의 시그널링 효과’를 기대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18~19일(현지시간) 올 들어 네 번째로 정책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도 한은의 결정에 영향을 줬다. 향후 경기 둔화에 대비한 정책 여력 확보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린 것으로도 풀이된다.

실기(失期) 논란에도 이주열 총재가 1년 만에 금리를 올리는 칼을 뽑아들었지만 ‘청개구리 인상’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생산·고용·투자 등 각종 경제 지표가 경기 둔화 혹은 하강을 가리키는 상황에서 돈줄 죄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은 경기 회복세에 따른 물가상승 부담이나 자산가격 거품(버블)이 뚜렷해야 함에도 최근 상황은 반대”라고 지적했다.

경기 침체 우려는 짙어지고 있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산업활동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7개월 연속,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5개월 연속 하락했다. 한은도 지난 10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2.9%에서 2.7%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전망치도 2.8%에서 2.7%로 낮췄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현재 경제 상황에서는 금리 상승을 감당할 수 없어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의 급감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를 반영하듯 이날 금통위에서는 위원 7명 중 조동철·신인석 위원이 금리 동결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을 냈다.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옅어지고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이 힘을 얻고 있어 한국이 내년에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한은이 경기보다는 금융 안정에 무게를 실으며 경기 부양은 재정정책 등을 통한 정부로 넘어가게 됐다. 이주열 총재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 재정이 잠재성장 능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좀 더 확장적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미 상승한 노동비용을 낮추기 어려운 상황에서 금리 인상으로 금융 비용까지 높아진 만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다른 비용을 낮추는 경기 진작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현옥·정용환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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