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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치’ 오면 중국 금융위기 겪는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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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2호 14면

케빈 라이

케빈 라이

중국 경제적으로 내우외환(內憂外患)을 겪고 있다. 먼저 밖으로는 미국과 무역전쟁 중이다. 안으로는 기업의 외채 문제가 심각하다. 전세계적인 금리인상 추세가 이어질 경우 외환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타협할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기업이 외화자금을 얼마나 빌려썼길래 시진핑이 다급할까. 이런 의문을 품고 케빈 라이 다이와증권(홍콩) 수석 이코노미스트에게 전화를 걸었다. 최근 그는 “중국 기업이 짊어진 외채가 3조 달러(약 3360조원)에 이른다”고 경고했다.

케빈 라이 다이와증권 이코노미스트 #중국 기업의 외채 3조 달러 추정 #상당 금액은 부동산 개발에 투자 #미국 금리 오르면 위기 가능성 커 #약위안, 자금 유출 악순환 우려

중국에 자금이 흘러 넘쳤다. 왜 달러나 유로화 자금을 3조 달러나 끌어다 썼을까.
“공식 통계상으로 중국 일반 기업이 해외에서 빌려쓴 자금만도 1조 달러(약 1130조원) 정도 된다. 그런데 중국은 공식과 비공식 통계 사이 차이가 크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 않나?(웃음) 내가 추정한 중국 기업의 외채는 3조 달러 정도 된다. 공식 통계보다 3배 정도 많다.”
중국 기업들이 어떻게 빌려 썼길래 중국 정부가 모르고 있는가.
“미국이 양적 완화(QE)를 시작한 2008년 이후 조세 포탈지역인 케이맨 제도와 홍콩, 싱가포르의 외채 규모가 3조 달러 이상 늘어났다. 도시 국가 정도인 곳에서 그토록 많은 외채를 끌어다 쓸 이유가 없다. 속을 들여다 보면 중국 기업의 현지 법인이 빌려 쓴 것임을 알 수 있다.”
주로 어떤 기업인가.
“수출 기업 대부분이 외채를 빌려 썼다. 그런데 내가 주목하는 곳은 에버그란데(恒大集团)와 HNA다. 두 기업이 달러 자금을 많이 끌어다 중국에 투자했다.”
두 회사는 어떤 기업인가.
“에버그란데는 중국 2위 부동산 개발회사다. 1990년대 중반 광저우에서 설립됐지만 케이맨 제도에 본사를 두고 있다. HNA그룹은 금융과 부동산 개발, 호텔경영 등을 하고 있다. 두 회사가 값싼(이자 부담이 적은) 달러 자금을 빌려다 중국 부동산 개발에 공격적으로 투자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갑자기 불길한 생각이 든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는 값싼 엔화 자금을 끌어다 부동산에 투자한 태국과 인도네시아 기업들 때문에 촉발됐다. 앞으로 중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을 듯하다.
“그렇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 대출을 억제할 때 부동산 개발회사들이 해외에서 달러나 유로화 자금을 끌어다 투자했다. 저금리 단기 달러 자금을 빌려다 장기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에 투입했다. 금리나 환율 변동에 따라 쉽게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요즘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도록 내버려 두고 있는 듯하다.
“트럼프가 시작한 무역전쟁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다. 시 주석은 인민은행(PBOC)을 통해 위안화 가치 하락을 유도하고 있다.”
어떻게 유도하고 있는가.
“최근 지급준비율을 낮췄다. 수출 기업의 자금난을 해결해주기 위해서다. 이는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 시장 금리도 하락하고 있다. 그 바람에 미국과 금리차가 줄어들면서 해외에서 자금을 빌려 중국에 투자하는 매력이 줄고 있다. 그런데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7위안 선 이하로 떨어지면(포치·破七) 비극이 시작될 것이다.”
어떤 비극인가.
“시장에서 위안화 팔자 주문이 급증할 것으로 본다. 악순환의 시작이다. 위안화 값이 떨어지면 달러 자금을 빌려 쓴 기업들이 하루라도 빨리 환전해 외채를 갚으려 한다. 위안화 값은 더 떨어진다. 또 위안화 값이 하락하면 자금이탈도 급증할 수밖에 없다. 외국인뿐 아니라 중국인들도 해외로 자금을 뺄 가능성이 크다.”
올해 위안화 값이 얼마까지 하락할 것 같은가.
“나는 달러당 7.2위안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측한다. 내년엔 7.5위안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시진핑 등 중국 리더들도 위안화 값이 너무 떨어지면 위기가 일어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지 않을까.
“그들도 잘 알고 있다. 질서 있게 위안화 값이 하락하도록 유도하려도 갖은 노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자본통제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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