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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태풍 집중 진단] "달러 20%이상 떨어질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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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두바이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성명서는 '제2의 플라자 합의'인가.

플라자 합의란 1985년 미국.일본.영국.독일.프랑스 등 5개국의 중앙은행 총재가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만나 달러 약세를 용인키로 합의한 것을 말한다. 플라자 합의 후 2년 동안 달러화 가치는 30% 이상 떨어졌다.

이번 두바이 회의도 사실상 달러 약세를 수용키로 함에 따라 22일(현지시간) 각국의 주가가 급락하는 등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이에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은 기존의 '강한 달러정책'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이날 강조했으나 시장은 별 의미를 두지 않았다.

◆달러화 약세 이어질 듯=투자자들은 달러화가 앞으로 20% 이상 더 떨어질 수 있다고 한 모건 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로치의 보고서에 더 큰 관심을 기울였다. 로치는 달러화가 2001년 초 이후 하락세를 보여왔지만 지금까지 하락률은 8%선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간의 미국 무역적자 규모를 감안하면 달러화는 지금까지 하락한 것보다 세배 정도는 더 떨어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메릴린치증권의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이번 합의를 '미니 플라자 합의'로 지칭하면서, 85년 당시처럼 달러화 약세정책이 명시적이진 않지만 강한 달러의 시대는 끝난 것 같다고 말했다. 환율 전망에 관해 전문가들은 내년 말께 달러당 1백엔 안팎을 점쳤다. 로젠버그는 내년 말 환율을 달러당 98엔, HSBC의 마크 오스틴은 1백3엔쯤으로 전망했다.

◆분명한 저달러 메시지=로치는 G7 성명서가 오랫동안 미뤄온 달러화 가치 재조정에 사실상 합의했음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미국이 대부분 짊어져 왔던 세계 경제에 대한 부담을 일본 등 아시아 국가와 유럽이 나눠지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부담은 교역문제다. 그동안 달러가치가 정도 이상으로 높게 유지됨에 따라 미국의 무역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러나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은 인위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해 자국 통화가치를 실제보다 낮게 유지함으로써 반사이익을 챙겼으며, 유럽도 부분적으로 그런 혜택을 봤다는 시각이다. 로치는 달러 약세 정책이 이같은 불균형을 시정한다는 점에선 고통스럽겠지만 세계 경제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부시의 속셈=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미국이 국제 외환시장의 흐름을 달러 약세쪽으로 몬 것은 내년도 대통령 선거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일자리를 창출해 재선에 성공하기 위해 이런 정책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달러 약세는 미국 기업들의 수출을 늘리고 이럴 경우 기업들의 채용이 늘어나 집권당에 유리할 수 있다. 로치도 재정 및 통화정책의 실탄이 거의 바닥난 상황에서 노동시장을 자극해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꺼내든 마지막 카드가 저달러 정책이라고 풀이했다.

자국 기업들을 돕는 방법으로는 수입억제책도 있다. 그러나 이런 조치를 취할 경우 다른 나라로부터 보호무역이라는 비난에 직면하게 된다. 결국 부시 행정부가 무역적자 문제를 외환시장의 유연화와 시장원리를 통해 풀기로 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약한 달러는 또 최근 높아지고 있는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하락) 우려를 해소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부시 경제팀은 기대하고 있다. 저달러 정책이 값싼 외국 제품의 유입을 막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사진설명>
증시 하락 "괴로워" 22일(현지시간) 달러 약세로 대미 외국인 투자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 때문에 미국 증시가 하락했다. 뉴욕 증권거래소의 한 중개인이 피곤한 듯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고 있다(上) . 태국 증시 역시 약세를 면치 못하자 한 투자자가 암담한 표정을 짓고 있다(下).[뉴욕.방콕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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