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념 편중 우려 씻은 대법관 제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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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이번 대법관 인선은 법원 내부에서 4명을 발탁함으로써 무엇보다 분쟁을 해결할 법률적 전문성을 중시했다고 볼 수 있다. 대법원은 각종 분쟁의 최종 판단 기관이자 재판을 통해 국민과 국가기관이 준수해야 할 법 가치를 선언하는 곳이다. 그래서 대법관은 어떤 정권의 이념좌표에 맞는 사람보다 법의 독립성을 지키고 법률에 조예가 깊은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

대법원은 이번 인선에서 다양성을 추구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검찰 출신인 안 고검장과 여성인 전수안 광주지법원장을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2002년 대선자금 수사로 '국민검사'란 별칭을 얻은 안 고검장은 조세 형사법 분야 전문가다. 전 법원장은 판결을 통해 소수자와 약자를 보호하는 진보적 성향을 보였지만 법과 원칙엔 단호했다. 사전 허가 없이 촛불집회를 연 여중생 범대위 집행위원장에게 "헌법과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를 벗어나는 행위까지 인정할 수 없다"고 유죄를 선고했기 때문이다. 이홍훈 법원장은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하는 등 기본권 보장에 충실한 판결로 법원 내부는 물론 보수.진보 성향의 단체로부터 누차 대법관 후보로 꼽혔고, 박일환.김능환 법원장도 이론과 실무를 겸한 인물들이다.

제청된 개개인을 보면 그동안 우려했던 이념 편중의 코드인사는 제외돼 다행이다. 대법원이 다양한 가치를 조정하는 최고 법원의 역할을 보다 충실히 하려면 인적 구성의 다양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다양화에 못지않게 필요한 것은 권력으로부터 법원의 독립성을 지키는 일이다.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헌법적 가치를 수호해 줄 곳은 대법원이라는 사명감이 분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