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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이박김 숙청설…승자 '김'은 김부겸? 정치권 회자된 행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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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김명수 대법원장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전날 한 남성이 김 대법원장의 출근 차량에 화염병을 투척한 사건에 대해 치안 담당 장관으로서 사과한 것이다.

김 장관은 이날 직접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찾았다. 그는 “사법부 전체에 대한 우려스러운 일이 벌어졌다”며 “와야겠다고 생각해 빨리 왔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이든 단체이든 법질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행위는 민주주의의 근저를 흔들고 우리 공동체가 쌓아 온 가치와 제도를 무너뜨리는 행위인 만큼 문재인 정부는 법과 질서를 견고히 수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엔 민갑룡 경찰청장도 동행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방문해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방문해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장관의 이날 행보는 정치권에서 회자됐다. 사법부 수장에 대한 경호ㆍ경비 책임을 맡은 행정부가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원론적인 이유에 공감하기보다는 “정치인 출신 장관이라 여론을 너무 의식한 액션 아니냐”는 말이 더 많았다.

김 장관은 이날 오전엔 강원 철원군 비무장지대(DMZ) 내 군사분계선(MDL)을 방문해 최근 개설한 남북 접속도로 사업 현장을 살펴봤다. 김 장관은 “최근 남북관계 개선에 따라 철원군 등 접경지역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전진기지로써 그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며 “접경지역 주민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28일 강원 철원군 비무장지대(DMZ) 내 화살머리고지를 방문해 남북도로 연결사업과 유해발굴 추진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철원군 제공]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28일 강원 철원군 비무장지대(DMZ) 내 화살머리고지를 방문해 남북도로 연결사업과 유해발굴 추진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철원군 제공]

김 장관의 움직임에 정치권의 관심이 높은 것은 최근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안-이-박-김의 가설’(또는 음모론) 때문이다. 이른바 대권 잠룡들의 수난사로도 불리는 이 가설은 ‘안이박’(안희정 전 충남지사, 이재명 경기지사, 박원순 서울시장)이 잇따라 곤경에 처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마지막의 김이 누구인지, 그 역시 수난에 처하는 것인지 아니면 마지막 승자가 되는지를 놓고도 해석이 분분하다. 김씨 성을 가진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의 한 명으로 김 장관이 거론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김 장관의 이날 일정을 정치권 일각에서 대선주자의 행보로 읽은 것이다. 김 장관은 오후 3시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했다. 김 장관은 이 자리에서 민주노총 소속 유성기업 노조원들의 임원 폭행과 관련해 "법적인 절차를 밟겠다"며 "어떤 집단도 우리 공동체의 근본을 무너뜨리는 걸 지켜볼 수 없다"고 말했다.

공권력이 위협받고 있다는 홍문표 자유한국당 의원의 우려에 대해 김 장관은 "공권력이 최소한의 제어 기능도 없어졌다는 지적은 아프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김 장관에게 질의하는 과정에서 "인품이 훌륭한 분"이라고 덕담을 하기도 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왼쪽부터)과 민갑룡 경찰청장, 조종묵 소방청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료를 살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왼쪽부터)과 민갑룡 경찰청장, 조종묵 소방청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료를 살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국회의원 신분도 겸하고 있는 김 장관은 이날 국회의원 연구단체 ‘동북아 공존과 경제협력 연구모임’의 공동대표로서 포용적 성장을 주제로 한 세미나도 마련했다. ‘빈곤과 종말’의 저자이자 뉴욕타임스가 뽑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학자’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 교수를 연사로 초청했다.

상임위 일정 때문에 행사에 배석하지는 못했지만 김 장관은 보도자료를 통해 “양극화 해소와 같은 부의 ‘공정한 재분배’야 말로 우리 시대가 직면한 당면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강연은 불공정으로부터 생겨난 다양한 사회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고 ‘포용적 성장’의 필요성을 체감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지난 8ㆍ25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유력한 당권 주자로 거론되다 불출마를 결정했고, 이후 조용히 장관직 업무만 수행해 왔다. 민주당 내에서 김 장관이 유력 주자라는데 이견은 거의 없지만, 그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재선 의원은 "김 장관이 대권에 더 가까워지기 위해선 당내 의원들과 스킨십을 더 늘리고 정치적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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