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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소정당들 아우성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대해부 Q&A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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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등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등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놓고 국회에서 메이저 정당인 ‘더불어민주당ㆍ한국당’이 한 편, 마이너 정당인 ‘바른미래당ㆍ민주평화당ㆍ정의당’이 한 편이 돼 대립하고 있다. 정당의 이념성향과 무관한 이같은 대립구도는 왜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연동형 비례대표제란=비례대표를 이용해 정당 득표율과 의석수를 맞춰주는 제도다. 예컨대 총 의석수가 100석인 상황에서 A정당이 정당득표율로 30%을 얻었다면 A정당의 지역구 당선자 수와 상관없이 무조건 30석을 얻게 된다. 지역구 당선자가 1명이면 나머진 29명을 비례대표로 채워준다는 것이다. 현행 선거제도에선 정당 득표율과 의석수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왜 도입하자고 하나= 도입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민심 그대로 선거제도’를 구호로 내세우고 있다. 20대 총선만 보면 민주당은 27.5%의 표를 받았지만 의석은 42.5%(123석)을 얻었고, 반면 정의당은 7.7%의 표를 받았지만 의석은 2%(6석) 밖에 얻지 못했다. 이 때문에 과도한 사표 발생이 문제가 된다. 지난 총선에서 발생한 사표는 1225만표로, 전체 투표수(2436만756표)의 50.3%였다.

왜 군소 3당이 총대메나=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생존이 달렸다. 다음 총선까지 현재 정당구도와 지지율이 유지될 경우, 두 당 모두 지역구에서 당선자가 나올 가능성이 적다. 비례대표로도 바른미래당은 3~4석, 민주평화당은 0~1석만 확보 가능하다. 정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원내교섭단체(20석 이상)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6ㆍ13 지방선거 정당 득표율을 기준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시 의석을 계산하면 정의당은 26석을 얻게 된다.

20대 총선 정당별 결과. 현행 선거제도 하에서는 지역 패권정당의 고착화 등이 문제이 제기된다. 20대 총선에서는 영남 지역은 자유한국당, 호남 지역은 민주당에서 분당한 국민의당이 지역구 의석을 확보했다. [위키피디아]

20대 총선 정당별 결과. 현행 선거제도 하에서는 지역 패권정당의 고착화 등이 문제이 제기된다. 20대 총선에서는 영남 지역은 자유한국당, 호남 지역은 민주당에서 분당한 국민의당이 지역구 의석을 확보했다. [위키피디아]

민주당ㆍ한국당은 왜 반대하나=민주당과 한국당은 현행 선거제도가 유지될 경우 정당득표율 보다 많은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 국회의원 선거와 같은 제도로 치뤄지는 지방선거만 봐도 그렇다. 민주당은 이번 서울시의회 선거에서 득표율로는 50.9%였지만 의석은 92.7%(110석 중 102석)를 차지했다. 한국당도 대구시의회 선거에서 46.1%의 표를 얻었지만, 의석은 30석 중 25석(83.3%)를 얻었다. 특히 민주당 입장에선 현재의 지지율 수준을 유지할 경우 2020년 총선때 과반 의석 확보를 기대할 수 있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과반 의석 확보가 굉장히 어려워진다. 이는 문재인 정부 후반부의 운명과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에 민주당이 양보하기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도 공약했나=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비례대표 후보를 서울ㆍ경기ㆍ영남ㆍ호남 등 각 권역별로 배정한 후 각 권역별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한 방식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바른미래당ㆍ평화당ㆍ정의당에서는 “대통령 공약 파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집. 정치ㆍ선거제도 개혁방안으로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을 공약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집. 정치ㆍ선거제도 개혁방안으로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을 공약했다.

연동형의 아킬레스건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의 관건은 국회의원 정수 확대다. 서울대 강원택 정치학 교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원활히 작동하려면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이 최소한 2:1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지역구 의원을 줄이고 비례대표 의원을 늘려 2:1로 맞출 수 있지만, 이는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비례대표 의원 수를 늘려 전체 의원수를 360명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갤럽이 이달 20~22일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 의원수를 늘리는데 응답자의 57%가 반대했다. 한국당도 이같은 점을 들어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것에 반대 입장이다.

국회 논의는 어떻게 되나=선거제도 개혁 방안 논의하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민주당(8명), 한국당(6명),바른미래당(2명) 비교섭단체(2명)으로 구성됐다. 민주당·한국당이 반대할 경우 합의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바른미래당 등 3당은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 간의 담판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3당은 선거구 획정 시한(내년 4월15일)을 감안하면 선거제 개편의 마지노선은 내년 2월로 보고 있다.

동·서독 통일 한 달 전인 1990년 9월 4일 평화광장에서 헬무트 콜 총리가 동독 군중에 둘러싸여 환영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동·서독 통일 한 달 전인 1990년 9월 4일 평화광장에서 헬무트 콜 총리가 동독 군중에 둘러싸여 환영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해외는 어떻게 하나=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대표적 나라는 독일과 뉴질랜드다. 두 나라 모두 내각제 성향이 강한 곳이다.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는 1988년 지역구에서는 두 차례 낙선했지만 비례대표로 의회에 연달아 진출해 16년 동안 장기 집권을 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필연적으로 다당제가 되기 마련인데 이게 대통령제와는 맞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통령제와 연동형 비례제를 함께 도입한 국가는 볼리비아 정도다. 경북대 강우진 교수는 지난 14일 정개특위 공청회에서 “지금 대통령제를 바꿀 수 없다면, 현실적으로 (연동형 비례제는)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래서 결론은?=기득권을 쥔 메이저 정당들의 반대와 의원정수 확대에 대한 국민적 반감 등을 고려하면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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