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주 "첫 포토라인 선 날…국방부, 군복 입으라 강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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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주 전 육군 대장. [연합뉴스]

박찬주 전 육군 대장. [연합뉴스]

‘공관병 갑질 논란’을 일으켜 군 검찰 수사를 받게 된 뒤 지인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이 첫 포토라인 서던 날 국방부로부터 ‘군복을 입으라’는 강요를 받았다고 밝혔다.

월간중앙 12월호에 따르면 박 전 대장은 인터뷰에서 “작년 8월 초 군 검찰에 처음 출석하기 전날 국방부 관계자가 ‘내일 출석할 때 군복을 입으라’고 연락해왔다”며 “‘경황이 없어 군복을 대구에 두고 왔다’고 둘러댔으나 ‘밤에라도 올려보낼 테니 꼭 입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뿐만 아니라 군을 망신주려는 것”이라고 짐작했다.

박 전 대장은 그러나 당시 양복을 입고 군 검찰에 출석했다. 그는 “내 이름에 먹칠하는 건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지만, 군복의 명예까지 더럽힐 수는 없었다”며 “국방부에 연락하지 않고 그냥 양복을 입고 나가 더 미운털이 박혔는지도 모르겠다”고 추측했다.

박 전 대장은 또 자신을 군 검찰에서 조사한 것은 헌법 위반이라며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2작전사령관에서 해임된 즉시 민간인 신분이 됐지만 군 검찰이 이를 알면서도 자신을 감금해 수사했다는 것이 박 전 대장의 주장이다.

그는 “선진국에선 군 고위 장성의 비위가 발견되면 우선 신분을 전환해 처리하는 관례가 있다. 제복의 명예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며 “하지만 우리 정부는 도리어 내 전역을 강제로 막았다”고 비판했다. 박 전 대장의 변호인은 이에 대해 “진행 중인 재판이 마무리되면 기본권을 유린한 이 문제에 대해 반드시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박 전 대장은 공관병 갑질 의혹에 대해서는 “도의적인 책임과 비난은 얼마든지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공관병들에게 전자팔찌를 채웠다는 의혹에 대해 그는 “황당한 얘기”라며 “공관병을 부르는 호출기가 주방에 고정돼 있어 내가 언제 부를지 몰라 돌아가며 주방에 대기해야 했다.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어 휴대용 호출기를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족쇄를 채운 게 아니라 편의를 봐주려고 했다는 것이다.

모과를 따서 모과청을 만들게 했다는 것은 “전직 사령관들에게 예우 차원에서 보내는 전통이었다”며 “선후배 장병들을 이어주는 미덕이라고 생각했다. 갑질 파문 뒤로는 사라진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이따금 공관병들을 꾸짖은 건 사실”이라며 “다만 우리 부부가 본의 아니게 병사들에게 상처를 준 점에 대해선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지난 9월 수원지법 형사 11부(부장 이준철)는 박 전 대장의 뇌물수수 등 혐의 재판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벌금 400만원과 뇌물로 인정한 액수에 해당하는 184만원의 추징도 명령했다. 공관병 갑질에 대해서는 군 검찰에 이어 현재 수원지검에서 아직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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