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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영국과 브렉시트 합의문 서명 … “오늘은 비극의 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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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특별정상회의에서 영국과 EU 지도자들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합의문에 마침내 공식 서명했다. 2016년 6월 영국이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를 결정한 지 2년 5개월 만이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오늘은 슬픈 날”이라며 “영국과 같은 나라가 EU에서 탈퇴하는 것을 보는 것은 축하의 순간이 아니라 슬픈 순간이자 비극”이라고 말했다.

영국 의회 내달 비준안 투표 #반대 많아 통과할 지 미지수

EU와 영국은 브렉시트 협상을 일단락 지음에  따라 브렉시트 합의에 대한 양측 의회의 비준 동의를 받는 절차에 들어갔다. EU에선 스페인이 비토 카드를 꺼내 들었던 지브롤터 문제가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 스페인 간 협의 사항으로 정리되면서 이의 없이 통과될 전망이다. 관건은 영국 의회에서 비준 여부다. 양측 의회를 통과하면 내년 3월 29일 영국은 EU를 떠나게 된다. 2020년 말까지 전환 기간을 둬 현행대로 EU의 제도와 규칙이 그대로 적용된다.

하지만 다음 달로 예정된 의회 투표를 앞두고 영국 보수당 강경 브렉시트파 의원뿐 아니라 EU 잔류를 선호하는 노동당 등 야당 의원들도 정부의 브렉시트 합의에 부정적이다. 보수당 강경파들은 메이 정부가 EU 소속인 아일랜드와 영국령인 북아일랜드 간 ‘하드 보더(국경 통과 시 통관·통행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별도 합의가 있을 때까지 영국 전체가 EU의 관세동맹에 잔류토록 한 것을 비판한다. 테리사 메이 총리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피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으면서 북아일랜드와 영국 본섬을 분리하지 않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강경파는 “EU의 가신 나라로 전락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영국 의회에서 합의안이 부결되면 전개될 시나리오는 네 가지다. EU와 재협상에 나설 수도 있지만, EU와 합의 없이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수 있다. 영국 정부와 EU는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대비도 하고 있다. 메이 총리가 물러나면서 조기 총선이 치러질 가능성도 있으며, 제2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실시될 여지도 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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