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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희 재판정의 유족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법정은 차라리 아수라장이었다.
『죽일×』『돼지 같은 ×. 살이 피둥피둥 쪘어.』
7일 오전 10시 KAL기 폭파 범 김현희 피고인이 서울 형사지법 대법정 안으로 들어서자 방청석에 앉아 있던 5∼6명의 여자유족들이 일제히 김 피고인을 향해 1년6개월 동안 참았던 울분을 토해 냈다.
흥분한 유족들은 잠시 후 직접신문에서 검사가 증거물로 사진 등을 김 피고인에게 보여주자『증거가 무엇이 있느냐』며 이번에는 검찰을 공격했다.
간헐적으로 소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 유족이 김 피고인에게『××년…』하는 욕설을 내뱉자 재판장이 퇴정명령을 내렸다.
유족들은 그러나 퇴정명령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후1시30분 재판부가 오후 재판을 위해 입정하는 순간 또다시 법정은 소란에 휩싸였다.
『검사가 김현희를 변호한다.』
『죄수가 죄수복도 안 입고 수갑도 안 찼어.』
또다시 재판장의 퇴정명령이 떨어져 6명의 정리들이 가장 격렬히 항의하던 유족 2명을 끌어내려다 몸싸움이 벌어졌다.
유족1명이 졸도, 의료진이 법정 안까지 달려오는 소동이 빚어졌다.
오후3시쯤 강제 퇴정 당한 3명의 유족과 법정밖에 있던 20여명의 유족들은 재판을 마치고 나오던 검사에게 20여 개의 계란을 던져 화풀이를 마무리했다.
유족들의 분노와 의구심은 김현희의 눈물로도 씻기지 않을 것임은 틀림없으나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재판절차를 어지럽히는 모습은 모두의 가슴을 더 아프게 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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