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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차 괴담과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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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동호 기자 중앙일보
김동호 논설위원

김동호 논설위원

얼마 전 프랑스를 방문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수소전기차(이하 수소차) 시승은 역사적 한 장면이 될 만하다. 국내에선 괴담에 휩싸여 폭발물 취급받던 수소차가 해외에선 한국의 첨단기술을 자랑하는 극적 이벤트를 연출했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괴담이 많다. ‘괴담 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우병·천안함·세월호를 비롯해 사사건건 괴담이 따라다닌다. 지나고 보면 모두 사실이 아니거나 침소봉대된 거짓 선동인 경우가 많았다.

수소차도 한동안 그런 괴담에 시달렸다. 우선 수소차는 연료로 수소탱크를 싣고 다녀서 폭발 가능성이 크다는 괴담부터 시작된다. 수소폭탄은 원자폭탄보다 위력이 가공할 만큼 크다. 이렇게 엄청난 수소폭탄과 수소차가 똑같이 수소를 사용한다니 괴담이 생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수소폭탄과 수소차의 원리는 완전히 다르다. 수소폭탄은 우라늄이 있어야 핵융합을 일으킨다. 그만큼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해 제조 기술을 보유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5개국에 불과하다.

반면에 수소차는 전혀 다른 원리로 작동된다. 수소가 공기 중 산소와 만나는 과정에서 전기를 일으키고 덤으로 미세먼지까지 정화한다. 폭발 위험은 없다. 그럼에도 안전을 위해 수소탱크는 특수 직물로 수백 번 휘감는다. 외부 충격을 받아도 축구공 바람 빠지듯 찢어지게 설계했다.

괴담이 난무하면서 한국에는 수소차 충전소 보급 속도가 매우 느리다. 미국·일본·유럽에는 충전소가 100곳을 넘어섰지만 한국에는 21곳에 불과하다. 더구나 한국에선 현재 도심 충전소 설치는 불법이다. 문 대통령이 파리 시내 한복판에서 수소충전을 경험했던 것과 대비된다.

괴담의 끝판왕은 수소차를 생산할수록 재벌 좋은 일만 시킨다는 황당한 얘기다. 이 괴담은 일부 국회의원들이 퍼뜨렸다. 공격의 대상은 현대자동차였다. 현대차는 문 대통령이 파리에서 밝혔듯이 프랑스에 2022년까지 5000대의 수소차를 공급한다. 과학기술 선진국인 프랑스가 선택했을 정도라면 현대차의 기술력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되자 국내에서 수소차 괴담이 싹 사라졌다. 그제부터 서울에선 수소버스 운행도 시작됐다.

그러면 돈은? 현대차만 버느냐고? 그렇지 않다. 수소차를 생산하려면 300개 협력업체가 부품을 공급해야 한다. 이들 업체는 ‘수소사회’를 대비해 수소차 부품 설비에 투자했다가 고사 위기에 빠져 있었다. 문 대통령의 현장 세일즈 외교가 이들을 살렸다. 괴담은 저리 비켜라.

김동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