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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200m이내 담배 판매점 평균 7곳 …학생 흡연 영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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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내 담배 광고. [사진 한국건강증진개발원]

편의점 내 담배 광고. [사진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초·중·고교 주변 200m 이내에서 담배를 파는 곳이 평균 7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발표한 2018년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담배소매점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의 담배소매점은 17만8275곳이었다. 이 중 학교 주변 200m 이내 지역인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담배소매점은 5만7035곳이다. 소매점의 32%가 교육환경보호구역 내에 있는 것이다.

판매소 많을수록 흡연 욕구·제품인지도 높아 #소매점 30%는 경고 그림도 감추고 진열하기도 #인기 영화·드라마·웹툰 과반 담배 장면 노출

[자료 :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자료 : 한국건강증진개발원]

특히 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가 지난 9월 둘째 주부터 10월 둘째 주까지 한 달간 서울의 초·중·고교 200곳을 표본조사한 결과 학교 주변 200m 내에서 담배를 파는 소매점의 수는 평균 7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게는 학교 주변에 27곳이나 있었다. 학교 유형별로 보면 초등학교(45.6%)가 비율이 가장 높았고, 고등학교(28.7%), 중학교(25.7%) 순이었다. 담배를 판매하는 매장 형태는 편의점(49.7%)과 일반마켓(마트포함·32.4%)이 대부분이었지만, 전자담배판매점(1.6%), 수제담배판매점(0.2%)도 있었다.

편의점 내 담배 광고. [사진 한국건강증진개발원]

편의점 내 담배 광고. [사진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소매점 내 담배 판매 형태도 문제러 지적됐다. 조사 결과 판매 지소매점의 98.4%는 담배를 진열하고 있었고, 진열 위치는 대부분 계산대 주변이었다. 30%는 경고 그림이 보이지 않도록 담뱃갑을 뒤집어 진열했다. 편의점당 담배광고 수도 2016년 20.8개, 2017년 25개, 올해 33.9개로 지속해서 증가했고, 이중 궐련형 전자담배 광고는 평균 4.5개였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담배광고 노출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 소매점이 학교 주변에 많을수록 학생의 흡연 경험도 많았다. ‘지금까지 담배를 한두 모금이라도 피워본 적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학교 주변 소매점 수가 평균 이하인 그룹에서는 14.0%만이 ‘그렇다’고 대답했으나, 평균 그룹에서는 26.0%, 평균 이상 그룹에서는 41.3%가 응답했다.

‘담배광고를 본 뒤 담배가 궁금하거나 피우고 싶은 욕구를 느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평균 이하 6.4%, 평균 12.5%, 평균 이상 18.9%였다. 담배 브랜드를 6개 이상 알고 이 학생의 비율도 차이가 커 평균 이하 그룹은 9.3%에 불과했지만, 평균은 20.0%, 평균 이상은 25.2%였다.

담배나 흡연 장면이 노출된 드라마들. [사진 : 한국건강증진개발원]

담배나 흡연 장면이 노출된 드라마들. [사진 :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가 미디어 속 담배 마케팅을 모니터링한 결과, 담배와 흡연 장면이 노출되는 비율은 영화 50.4%, 드라마 53.3%, 웹툰 50.0%에 달했다.
노출 횟수가 많았던 영화는 군함도, 더킹, 브이아이피, 얼라이드 등이었고, 드라마는 슬기로운 감빵생활, 나의 아저씨였다. 웹툰은 복학왕, 뷰티풀군바리, 외모지상주의 등이 있었다.

담배나 흡연 장면이 노출된 웹툰들. [사진 : 한국건강증진개발원]

담배나 흡연 장면이 노출된 웹툰들. [사진 :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이 같은 내용은 보건복지부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주최하는 ‘담배 없는 미래세대를 위한 담배규제 정책포럼’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이성규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장은 포럼 발제문에서 “학생복 매장이나 문구점, 세탁소, 서점 등 일반 생활 속에서 청소년이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장소에서 담배가 판매·광고되고 있다”며 “흡연 조장 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되어있는 어린이, 청소년을 위해 담배소매점에서의 담배광고, 진열 규제가 실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센터장은 또 “흡연에 대한 제한적 규제는 사각지대를 이용한 또 다른 담배 마케팅을 부를 수 있다”며 “모든 형태의 담배 소비 촉진을 야기할 수 있는 광고, 판촉, 후원 행위에 대한 금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선 담배 진열 금지 규제가 시행되는 곳이 많다. 포럼에 참석하는 린제이 로버트슨 영국 바스대학 담배규제연구소 박사는 “뉴질랜드·영국·호주·캐나다·태국 등의 소매점에선 ‘판매점 관리 시스템(POS)’ 계산대에 담배 진열을 금지하고 있다”며 “이들 국가에선 이후 담배 충동구매가 감소하고 어린이에게 담배가 비정상적인 제품으로 인식하게 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이뤄지는 POS에서의 담배 판촉 행위는 새로운 흡연자를 유인하며, 금연 의지를 약화하고, 담배 구매 용이성을 높여 문제를 악화시킨다”고 평가했다.

나오키 구누기타 일본 국립보건의료과학원 박사는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사들이 기존 담배보다 덜 해로운 제품으로 전자담배를 마케팅한다”며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가 궐련형 전자담배 역시 WHO의 담배규제 기본협약에 의해 다른 모든 담배 제품에 적용되는 정책 및 규제 조치가 적용돼야 한다고 규정한다”고 주장했다.

김희진 연세대 보건대학 교수는 "한국은 담배갑에 타르·니코틴 함유량과 6가지 발암물질 함유량 등만 표기되고, 연기중에 있는 성분에 대해서만 공개되고 있다"며 "미국·EU 처럼 담배 제조 과정에서 들어가는 첨가물에 대한 정보를 담배회사가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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