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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의 힘’ 악용해 8억5000만원 뜯어낸 사기범 일당 기소

중앙일보

입력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포털사이트 연관검색어를 조작하는 광고 수법을 쓴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 동부지방검찰청 사이버수사부는 22일 ‘네이버 연관검색어에 올려주겠다’며 광고비를 받고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특정 상호명이 연관검색어에 뜨도록 한 광고대행업체 연관검색어 조작업자 우모(41)씨, 프로그램 개발자 김모(46)씨등 3명을 구속기소하고, 10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네이버에서 특정 단어와 함께 검색하는 횟수가 많을수록 연관검색어에 노출되는 원리를 악용했다. ‘인공관절 수술’을 검색하면 보통 ‘퇴행성 허리디스크’ 등이 연관검색어로 노출되지만, ‘인공관절 수술 OO정형외과’를 반복적으로 검색하도록 매크로 프로그램을 작동시켜 의뢰업체명이 연관검색어에 오르도록 했다. 비정상적 검색이 포착되면 연관검색어에서 차단되는데, 이를 피하고자 휴대전화 테더링‧해외 서버 개설 등의 수법을 쓰기도 했다.

이들이 2017년 1월부터 2018년 4월까지 벌어들인 부정 수익은 8억원이 넘는다. 지난 2월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이들에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했고, 범행이 중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3명은 구속됐다.

검찰은 이와 별개로 네이버 검색의 위력을 이용한 또다른 일당도 기소했다. 2016년 2월부터 지난 8월까지, 네이버 광고담당자를 사칭해 '1년치 광고비를 선결제하면 파워링크 광고란에 노출되도록 해주겠다'고 속여 700명에게서 8억5000만원을 편취한 이모(27)씨 등 2명은 구속기소, 5명은 불구속기소됐다.

이들은 ‘한국온라인등록센터’라는 업체명을 사용하면서, 아직 온라인 광고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영세한 자영업자들에게 접근해 ‘공공기관에서 신규사업자들 대상으로 하는 특별지원대상으로 선정’돼, 싸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속였다. 이들은 파워링크 광고란 고정노출을 약속했지만, 포털 광고는 실시간으로 광고비용 지불에 따라 노출 순위가 정해지기 때문에 ‘고정노출’은 불가능하다.

광고 계약을 맺은 뒤에는, 검색 빈도가 낮은 불량키워드를 등록해 실제 광고 지출비를 최소한으로 줄여 이득을 취했다. 인터넷 광고는 클릭수에 비례해 광고비가 책정되는 점을 반대로 악용한 것이다. 검색이 잦은 ‘여수펜션’ 대신 ‘여수가족여행돌산펜션’, ‘여성의류’ 대신에 ‘여성데일리룩코디’를 등록하는 식이었다.

이들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피해자 명단을 숨기고, 압수수색 후에도 계속 영업을 하는 등 증거인멸의 우려가 상당히 크고 재범의 가능성이 있어 대표 2명이 구속됐다. 검찰은 위 두 건에 대해 총 20명을 기소했고, 현재 ‘매크로 조작’ 우씨와 김씨는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항소심 진행 중이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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