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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1교시 국어대신 한국사로"...불수능·내신불신 해법은

중앙일보

입력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으로 내신 성적 신뢰도가 추락한 가운데 지난 15일 치른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지나치게 어려운 ‘킬러 문항’으로 ‘불수능’을 넘어 ‘마그마 수능’으로도 불릴 만큼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대입의 양대 축인 내신과 수능이 동시에 비판받으면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5일 오전 서울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5일 오전 서울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수능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시험에 대한 비판 글이 이어지고 있다. 한 학부모는 게시글을 통해 “단순히 불수능이라 불평하는 게 아니고 정상적인 학교 수업 등 공교육을 통해 공부한 학생이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며 출제진의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수시모집에 대한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한 학부모는 “이런 수능 문제를 내면서 창의적 교육을 바라는가”라면서도 “숙명여고 사건에서 보듯이 수시는 교육계 권력자들의 갑질이다”고 수능과 수시를 동시에 비판했다.

내신, 수능 개선 필요 목소리 높아 #"수능도 '선행학습금지법' 적용해야" #"내신시험, 학종도 외부기관 검증받자"

전문가들은 변별력을 이유로 지나치게 고난도 문제를 낼 수 있는 수능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주석훈 미림여고 교장은 “수능은 선행학습금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주 교장은 “이런 고난도 문제를 학교에선 다룰 수가 없고 결국 학원에 가란 얘기다. 고교 시험이나 대학 논술에 이런 문제가 나왔다면 곧바로 고교 교육 범위를 벗어난다고 제재를 받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른바 선행학습금지법이라 불리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은 학교 교육과정 수준을 벗어나는 수업이나 시험을 금지하고 있다. 법령에 따르면 학교 내신 시험이나 대학 논술·면접고사는 법의 규제를 받도록 명시돼있는 반면 수능은 별다른 언급이 없다. 주 교장은 “학교에서 가르치지 못하게 막았으면 수능도 선행학습금지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능이 끝난뒤 주말인 지난 18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열린 입시업체의 2019학년도 정시 가채점 전략 설명회에서 한 학부모가 정시 배치 참고표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수능이 끝난뒤 주말인 지난 18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열린 입시업체의 2019학년도 정시 가채점 전략 설명회에서 한 학부모가 정시 배치 참고표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불수능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국어를 1교시에 치르는 관행을 바꾸자는 주장도 나온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모든 학생이 필수로 응시해야 하면서도 부담감이 낮은 한국사를 1교시에 치르면서 수험생이 ‘워밍업’을 하게 해주자”고 말했다. 한국사는 필수과목인 데다가 절대평가 과목이고, 대입의 실질 반영비율도 낮은 과목이다. 이 소장은 또 “국어가 ‘80분 45문항’ 체제로 치르기 시작한 때에 비해 지문이 너무 길어지고 복잡해졌다. 시간이나 지문 길이를 조정해야 한다”라고도 주장했다.

내신 시험이나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해서는 외부 감시와 검증을 통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학교 교사나 대학 입학사정관을 못 믿겠다는 여론이 높은 만큼 신뢰할만한 외부 검증기관이 교사나 입학사정관 평가가 적절한지 검증하고 모니터링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가 기관에 준하는 검증 기관이 학교의 문제 출제와 평가 결과를 살펴보자는 것이다.

서울 미림여고는 올해부터 내신 평가 공정성을 검증하는 기관을 자체적으로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교사 4명, 학부모 5명으로 공정성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시험과 수행평가 등 모든 평가에 대해 출제오류나 떠도는 소문까지 검증한다. 주석훈 미림여고 교장은 “교사들도 누군가 들여다보고 있다면 공정하게 할 수밖에 없다. 시험뿐 아니라 특별반이나 대회 수상에도 차별이 없는지 검토한다”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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