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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잊은 붉은 함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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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서울시청 앞 광장이 또 한번 붉은 물결로 넘실댔다. 4일 밤 2만여 명의 시민이 대형 전광판을 보며 "대한민국"을 외쳤다. [연합뉴스]

4일(한국시간) 벌어진 가나와의 마지막 평가전에서 아드보카트 감독은 예상을 깨고 박지성을 원래 자리인 공격형 미드필더에 포진시키고, 박주영을 왼쪽 윙포워드로 선발 출전시켰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전날 훈련에서 박지성을 왼쪽 윙포워드에 놓고,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를 이을용과 이호에게 맡기는 포메이션을 연습했고, 인터뷰에서도 "박지성의 체력 부담을 덜고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왼쪽 공격수로 출전시키기로 했다"고 말한 바 있다.

○…경기 시작 한 시간 전부터 스타디움에 입장한 한국 응원단은 본부석 반대쪽을 붉은색으로 물들여 마치 한국의 홈경기 같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500명을 훨씬 넘긴 응원단은 10명의 농악대에 맞춰 힘차게 응원가를 부르며 태극전사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붉은 티셔츠를 입거나 태극기를 두르고 입장한 스코틀랜드 축구팬도 눈에 띄었다.

○…조용하던 애든버러 시내는 경기 3시간 전부터 양국 응원단의 기세 싸움으로 시끄러웠다. 한국 응원단은 런던.글래스고에서 원정 온 교민과 유학생이 애든버러에 사는 한국인들과 합세, 300여 명이 붉은 티셔츠를 입고 응원전을 펼쳤다. 이들은 리더의 선창에 따라 "대~한민국"과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치며 기세를 올렸다. 질서 유지를 위해 출동한 현지 경찰 20여 명은 이 장면을 신기한 듯 바라봤다. 한국 응원단이 둥그렇게 포진한 바로 옆에는 가나 응원단 10여 명이 모여 있었다. 런던에서 왔다는 이들은 아프리카 전통 북 장단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다.

○…휴일인 4일 시민들은 오후 5시부터 시청 앞 광장에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경기 시작 즈음엔 서울광장 2만 명, 상암경기장 1만5000명, 청계 광장과 광화문 교보빌딩 주변에 1000여 명이 운집해 '가상 토고전 응원'을 펼쳤다. 서울광장에서 응원한 이명성(22.대학생)씨는 "내일 기말고사를 보지만 도저히 집에 있을 수 없어 여자 친구와 함께 왔다. 시험은 항상 보지만 우리 대표팀의 2006년 월드컵 최종 평가전은 오늘뿐이지 않으냐"고 즐거워했다. 서울 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는 오전 2시까지 지하철 운행을 연장해 시민들이 밤늦게까지 거리응원을 즐길 수 있게 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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