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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호. 헤비업로더 보호 시스템도 만들어"…경찰, 검찰 송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양진호(46)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웹하드 업체와 필터링·디지털장의업체의 실소유주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헤비업로더들에게 매달 30건 이상 음란물 등을 올리도록 독려하고 적발될 것을 대비해 ID를 변경하게 하는 등 사실상 유착·보호했다.
양 회장이 직원들을 폭행하고 생마늘을 강제로 먹이는 등 가혹 행위를 한 것도 사실로 확인됐다.
경찰은 양 회장을 '웹하드 카르텔'의 주범으로 보는 한편 직원 등을 상습폭행한 것으로 보고 10개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회사 직원 폭행 등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지난 7일 오후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지방경찰청으로 호송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회사 직원 폭행 등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지난 7일 오후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지방경찰청으로 호송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형사 합동수사팀은 16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양 회장을 수원지검으로 구속 송치했다.
양 회장과 웹하드·필터링·디지털장의업체를 운영한 업체 관계자 19명과 웹하드 등에 음란물을 올린 업로더 61명도 입건해 검찰에 함께 송치했다.
또 양 회장과 대마초를 피우고 닭을 죽인 임직원 10명을 형사 입건하고 현재 조사 중인 업로더 59명도 입건할 예정이다.

웹하드·필터링·디지털장의업체 소유, 음란물 유포·방조 #헤비업로더, 유착· 보호위한 시스템을 마련하기도 #웹하드 업체 관계자 등 19명과 업로더 61명도 입건 #폭행 피해자만 10명, 마늘 먹이고 강제 염색도 강요

경찰이 양 회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유포·방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저작권법 위반 ▶업무상 횡령 ▶강요 ▶폭행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동물보호법 위반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강간 등 10가지다.

양진호 사건 개요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양진호 사건 개요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경찰에 따르면 양 회장은 2003년 10월과 2007년 2월 웹하드 업체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를 설립했다. 2008년엔 웹하드 사이트의 불법 음란정보를 걸러내는 필터링업체 뮤레카를 인수했다. 하지만 직접 대표로 나서지 않고 A씨(35)와 B씨(46), C씨(43) 등을 대표이사로 선임해 회사 관리업무를 맡겼다.
그러나 회사의 중요정책이나 자금관리 등 핵심적인 일은 양 회장이 직접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A씨 등과 양 회장의 통화내역은 물론 양 회장이 대주주인 한국인터넷기술원과 각 웹하드 업체 간에 많은 돈이 오간 금융거래 내역 등이 발견됐다"며 "양 회장이 A씨 등 6명을 명목상 대표로 내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양 회장은 2013년 12월부터 올해 9월까지 두 웹하드 업체를 운영하면서 헤비업로더 등과 공모해 음란물 5만2500건(위디스크 3만4400건, 파일노리 1만8100건)을 올려 유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 등 저작권이 있는 영상물도 230여건(위디스크 100여건, 파일노리 110여건)이나 올렸다.
리벤지 포르노(헤어진 연인에게 복수하기 위해 올리는 성적 영상물) 등 불법 촬영된 개인 성 영상물도 100여건이 포함됐다. 피해자들이 디지털장의업체를 통해 삭제 요청을 한 영상도 포함이 됐다고 한다.

'엽기행각' '직원폭행' 등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1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남부경찰서에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엽기행각' '직원폭행' 등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1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남부경찰서에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헤비업로더를 직접 관리하고 보호한 정황도 포착했다. 웹하드 업체는 업로더들을 준회원(수수료 5%), 정회원(수수료 12.5%), 으뜸회원(15~18%)으로 등급을 나눠 회원들이 내려받은 금액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차등지급했다. 으뜸 회원자격을 유지하려면 매달 회원들이 요청한 자료 30건을 올리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음란물을 많이 올릴수록 이익을 더 얻는 구조로 헤비업로더의 경우 3700만원에서 최고 2억1000만원의 수수료를 받았다고 한다.

필터링 업체인 뮤레카도 헤비업로더 등을 보호하기 위해 화면 갈무리만으로 모니터링하는 등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받은 유해 영상 외엔 적극적으로 음란물을 걸러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을 통해 적발된 헤비업로더에게 ID를 변경해 사용하도록 권유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헤비업로더 5명을 직접 관리한 정황도 파악했다"며 "그래서 공동정범(공모하고 지시했다면 실제 범행을 한 사람과 똑같이 처벌을 받는 것)으로 명시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양 회장이 법인 계좌에서 2억8000만원을 출금해 미술품 등을 산 사실을 확인해 업무상횡령 혐의도 적용했다.

경찰은 양 회장이 웹하드 업체 운영으로 막대한 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위디스크의 경우 300만, 파일노리는 200만명의 회원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위디스크는 346억원, 파일노리는 208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양 회장이 두 웹하드 업체를 통해 70억원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양 회장이 소유한 다른 웹하드 업체 등 9곳과 헤비업로더 5명에 대해 국세청에 기관 통보하고 세무조사를 의뢰했다. 범죄수익금도 추적해 몰수하겠다고 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중앙포토]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중앙포토]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 등이 지난달 말 공개한 갑질·엽기 속 의혹도 사실로 드러났다. 경찰은 전·현직 직원 600여명과 제보자 등을 상대로 조사해 양 회장이 직원 10명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생마늘을 먹이는 등 가혹 행위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머리 염색과 대마초를 피우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조사 과정에서 오피스텔에서 여성을 성폭행한 것도 들통이 났다.

양 회장은 갑질·엽기 영상 속 혐의와 대마초를 피운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필로폰 투약과 웹하드 카르텔과 관련된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양 회장이 직원들의 휴대전화 등을 도·감청하고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등 추가로 제기된 의혹도 계속 철저하게 수사할 것"이라며 "웹하드 관련 문제점도 개선될 수 있도록 관계 부처와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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