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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공동장례시설과 님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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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최모란 기자 중앙일보 기자
최모란 내셔널팀 기자

최모란 내셔널팀 기자

2013년 6~7월 경기도 화성시에선 ‘이상한’ 경합이 벌어졌다. 시가 2011년부터 추진해 온 종합장사시설(장례시설) 부지를 수소문하자 6개 마을이 서로 “우리 동네로 오라”며 유치 경쟁에 나선 것이다. 혐오시설인데도 ‘내 마을엔 절대 안 된다’는 ‘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가 아닌 ‘제발 와 달라’는 ‘핌피(PIMFY·please in my front yard)’로 바뀐 사례라 화제가 됐다.

화성시는 2013년 11월 ‘주변에 국도와 고속도로가 있어 군포·의왕·시흥까지 30분 거리’라는 아파트 분양 광고 같은 신청서를 낸 매송면 숙곡리를 후보지로 선정했다. 장례시설엔 ‘함백산 메모리얼파크’라는 이름이 붙었고, 화장로 13기와 봉안시설·자연장지 등을 조성하기로 했다. 화장시설이 없는 부천·시흥·안산·광명·안양·군포·의왕·과천 등 8개 기초단체도 총 사업비 1425억원의 일부를 분담하겠다며 참여 의사를 밝혔다. 사실상 경기도 공동 장례시설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2017년 말 완공된다던 이 장례시설은 지금도 감감무소식이다. 후보지 숙곡리에서 2㎞ 떨어진 서수원 주민들의 반대가 가장 큰 원인이다. 허허벌판이던 서수원이 택지개발로 대규모 아파트촌이 되면서 주민들이 “화장장 유해물질이 유입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지난해 3월엔 감사원에 “장례시설 수요·건립 타당성에 의혹이 있다”며 감사도 청구했다. 감사원은 “위법·부당 사항을 찾지 못했다”며 종결했지만, 이들은 지난해 9월 수원법원에 화성시장을 상대로 ‘도시관리계획 결정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수원시도 주민 뜻에 따라 반대 의견을 냈다.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안양·군포·의왕·과천 4개 지자체는 참여 계획을 철회했다.

7년째 제자리였던 사업은 지난달 법원이 화성시의 손을 들어주면서 재가동의 발판을 마련했다. 화성시는 올해엔 꼭 공사에 들어가 2020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화장시설 확장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수원 주민들의 반발이 여전히 변수다. 서수원 곳곳엔 지금도 반대 현수막이 나부낀다.

지난해 경기도의 화장률은 87.7%. 반면 도내 화장시설은 수원(화장로 9기), 성남(화장로 15기), 용인(화장로 11기) 3곳밖에 없다. 화장시설이 없는 지자체는 10배 높은 비용을 내고 원정 화장까지 가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13일 수원시와 화성시, 오산시는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지역 발전을 위해 교육·교통·환경 등 전방위에 걸쳐 협력하겠다는 내용이다. 화성시 계획대로 올해 장례시설 착공에 들어갈 수 있을까. 상생협약이 얼마나 잘 지켜질지에 달렸다.

최모란 내셔널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