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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빡한 일정에 무거워진 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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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너무 빡빡한 일정

대표팀은 5월 26일 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평가전에 이어 월드컵 출정식까지 마치고 자정 가까이 숙소로 돌아갔다. 다음날 아침 일찍 짐을 챙겨 오후 1시30분 런던행 비행기를 탔다. 런던 히스로 공항 대기 시간을 포함해 총 16시간의 여행 끝에 밤 11시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 도착했다. 선수들은 무척 피곤해 보였고, 특히 한국 시차에 겨우 적응했던 박지성.이영표.이을용 등 유럽파들은 역 시차에 시달려야 했다. 이을용은 "머리가 빙빙 돈다"고 했다.

대표팀은 도착 다음날 오전부터 훈련을 시작했다. 5월 30일 오전(호숫가 산책)만 빼고는 매일 오전, 오후 두 차례 훈련을 했다. 5월 31일 아침 일찍 일어나 노르웨이 오슬로로 향했다. 비행 시간은 2시간이었지만 공항으로 이동-대기-출국 심사-오슬로 공항에서 호텔로 이동 등 한나절이 걸렸다. 도착하자마자 또 훈련을 했다. 대표팀은 백야(白夜)가 한창인 오슬로에서 1일 오후 7시(현지시간)부터 '한낮 같은 밤 경기'를 한 뒤 곧바로 공항으로 이동, 밤 11시 비행기에 올랐다. 오슬로에 올 때와 마찬가지로 취재진과 함께 전세기를 이용했다. 공항 로비에 털썩 주저앉아 있는 선수들이 보였다. 전세기에는 비즈니스석이 없었다. 파김치가 된 선수들이 호텔에 들어간 때는 새벽 1시쯤이었다(글래스고는 오슬로보다 1시간 빠르다). 대표팀은 4일 글래스고에서 차로 1시간 이상 걸리는 에든버러에 가 가나와 최종 평가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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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고, 전훈지로 괜찮나

아드보카트 감독이 직접 최종 전지훈련지로 선택한 글래스고의 훈련 여건은 나쁘지 않았다. 가끔 비가 오는 등 날씨 변덕이 심하고 기온도 섭씨 10도 정도로 쌀쌀한 편이지만 독일과 비슷하다. 골키퍼 김영광은 "다 좋은데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분다"고 했다. 김현철 주치의는 도착하자마자 "선수들이 감기 걸리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결국 박주영은 감기 기운으로 노르웨이전에 나오지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백야 현상이다. 밤 11시까지 주위가 훤하고, 새벽 4시면 동이 튼다. 이원재 미디어담당관은 "선수들이 밤 늦게까지 잠을 안 자고 치료실에 있다가 '벌써 12시네'하면서 방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것은 컨디션 유지에 가장 나쁘다.

선수들도 피로를 호소했다. 노르웨이전을 마친 뒤 송종국은 "체력적인 부담이 많다"고 했고, 김진규도 "장시간 비행을 한 뒤에 회복 시간이 짧았다"고 말했다. 이영무 기술위원장은 "선수들의 몸이 무거운 느낌이다. 김두현은 슈팅 임팩트가 좋은데 체력이 떨어져서 그런지 땅을 찼다"며 걱정을 했다.

▶"우리는 바른 길을 가고 있다"

레이먼드 베르하이옌 피지컬 트레이너는 노르웨이전이 끝난 뒤 "우리는 바른 길을 가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컨디션이 100% 올라와 있는 건 의미가 없다. 중요한 건 본선 첫 경기인 토고전이다. 그때 100%가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선수들은 90분 내내 쉬지 않고 뛰면서 상대를 압박했다. 하지만 노르웨이 선수들은 마지막 15분 정도는 걸어 다녔다"며 "현재 선수들의 컨디션은 90% 정도"라고 덧붙였다.

오슬로.글래스고=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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