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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흔들리자 반격 나서는 친박..."복당파 전면에 나서지 말라"

중앙일보

입력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는 ‘자유한국당 우파재건회의’가 열렸다. 회의 참석자는 심재철·유기준·정우택·조경태·김진태 의원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이었다. 이날 모임에서는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사퇴해야 한다”(김문수 전 지사), “복당파는 전면에 나서는 걸 자제해야 한다”(정우택 의원) 등의 의견이 나왔다.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우파 대통합을 위한 1차 모임에서 참석자들이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정우택 의원, 김문수 전 지사, 김진태 의원, 심재철 의원, 조경태 의원, 유기준 의원. [연합뉴스]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우파 대통합을 위한 1차 모임에서 참석자들이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정우택 의원, 김문수 전 지사, 김진태 의원, 심재철 의원, 조경태 의원, 유기준 의원. [연합뉴스]

이날 모임을 놓고 숨죽이고 있던 한국당 내 친박근혜 인사들이 꿈틀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문종 의원을 위시한 친박계 중진의원들은 당 회의와 라디오 등에 나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무엇을 잘못해 탄핵을 당했냐”며 탄핵 재평가론을 꺼내고 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세(勢) 규합 작업이 본격화되는 등 친박 재건의 추동력은 커지는 모양새다.

①김병준-전원책 이전투구=친박계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건 김 비대위원장 체제가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외부위원인 전원책 변호사 해촉 등으로 흔들리면서다. 친박계는 김병준 비대위 출범 초반에는 “일단 지켜보겠다”는 기류가 강했다. 하지만 김 비대위원장이 전원책 위원을 해임하며 리더십에 타격을 입자 ‘사퇴론’을 공개적으로 꺼내 들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조직강화특위 위원들이 지난달 11일 국회 본청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조직강화특위 위원들이 지난달 11일 국회 본청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김 전 지사는 “전원책 변호사 해촉으로 한국당의 위상을 돌이킬 수 없게 실추시켰다”며 “스스로 무능 때문에 당내 갈등만 증폭시키는 김병준 비대위 체제를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우택 의원도 “비대위가 동력을 상실했다”고 평가했다.

김성태 원내대표와 김용태 사무총장으로 대표되는 복당파 지도부에 대한 반감도 작용했다. 홍문종 의원은 12일 라디오에서 비대위가 추진하는 인적 쇄신에 대해 “혁신작업이 아니라 자기 계파가 아닌 사람들을 골라내고 제거하는 ‘자기 계파 골라내기’”라고 말했다. 친박계 중진의원은 “최근 우파 운동권에선 분당하자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한다”며 “김 원내대표 등 현 지도부를 더는 못 믿겠다는 얘기다. 훗날 총선에서 연합공천 등을 생각하면 (분당을) 못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②보수통합론=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떨어지며 보수 야당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보수통합론도 친박계 결집의 이유가 됐다. 특히 김 비대위원장이 영입한 전원책 변호사가 태극기 세력 포용론을 제기하며 친박계가 반사 이익을 얻었다.

지난 9월 20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 소속 회원들이 남북정상회담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9월 20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 소속 회원들이 남북정상회담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당내에서 태극기 세력 포용 논쟁이 벌어지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재평가론 등도 함께 부상했다. 전 변호사는 지난달 17일 “다만 단일대오 뒤에도 갈등을 줄이고 화학적 융합을 하려면 박 전 대통령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논란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당 지도부에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끝장토론을 제의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비대위-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홍문종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무엇을 잘못해서 탄핵을 받았나”며 “탄핵백서를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태극기세력의 위상이 커진 것도 한몫하고 있다. 한국당은 최근 두 달 사이에 당원이 1만명 가까이 증가했다. 당내에서는 태극기 세력의 입당을 주된 요인으로 꼽는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당권 주자들은 “태극기 부대를 품어야 한다”고 나서고 있다.

③지도부 개편 앞둔 이합집산=한국당은 원내대표 선거와 당 대표 선거가 잇따라 열린다. 특히 내년 2월 전당대회 때 선출되는 당 대표는 차기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한다. 그동안 계파에 따라 공천학살을 반복해 온 친박계와 비박계로서는 생사가 걸려있다. 한 친박계 재선 의원은 “비박계가 원내대표와 당 대표를 모두 장악하면 다음 총선에서 인적 쇄신이라는 이유로 친박계 대다수는 공천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몰락하는 한국 경제, 비상구는 있는가?' 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몰락하는 한국 경제, 비상구는 있는가?' 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친박 측에서는 ‘복당파 출마 자제론’을 펼치고 있다. 정우택 의원은 이날 우파재건회의에서 “당이 어려울 때 역사의 뒤안길로 없어져야 할 정당으로 치부하고 뛰어나간 분들은 이번에는 전면에 나서는 걸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고, 김진태 의원도 “여기 계신 분들은 엄동설한에도 당을 지키신 보수 적통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 비대위 관계자는 “친박의 반격이라기보다는 차기 당권 경쟁에 뛰어든 일부 친박 의원들을 중심으로 결집이 이뤄지고 있다”며 “비대위는 2월 전당대회까지 혁신작업을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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