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대생 군대 가고 등록금 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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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엘리트 청년경찰’의 산실(産室)로 불리던 경찰대학이 개교 27년 만에 확 바뀐다. 경찰대생들은 앞으로 기동대 소대장으로 복무하는 대신 각자 알아서 군 복무 등 병역 의무를 이행해야 하고, 1~3학년은 전액 국비로 지원되던 학비와 기숙사비를 개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신입생 정원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대신 편입학 제도가 도입된다.

27년 만에 대통령령 개정 추진 #신입생 절반 줄이고 편입 허용 #자치경찰, 내년 서울 등 시범실시

경찰대학(학장 이상정 치안정감)은 이같은 내용의 ‘경찰대학의 학사운영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규정이 개정되면 경찰대의 고졸 신입생 선발 인원은 2021학년도부터 기존 100명에서 50명으로 줄어든다. 대신 2023학년도부터 일반대학생 25명, 현직 경찰관 25명 등 50명이 3학년생으로 편입된다. 경찰대는 신입생의 입학연령 제한도 기존 21세에서 41세로 완화하고, 편입생의 연령 상한도 43세로 정하기로 했다.

기존 경찰대생들이 누리던 특혜도 대부분 폐지한다. 2019학년도 입학생부터는 군 전환복무가 폐지돼 병역 의무를 개별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또 1~3학년에 대한 학비와 기숙사비 전액 지원도 폐지한다.

합숙과 제복 착용도 1~3학년생에 한해 폐지된다. 기존 12%로 제한됐던 여학생 선발 비율도 폐지해 성별에 관계없이 경찰대생을 모집한다는 계획이다.

경찰대가 개혁 수술대에 오른 것은 ‘순혈주의’와 엘리트 의식을 바탕으로 한 조직 내 줄 세우기 문화와 고위직 독식의 온상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실제 전국 총경 583명 중 경찰대 출신은 320명(5월 기준)으로 절반을 웃돌았다. 경무관은 76명 중 51명(67.1%)이 경찰대 출신이었다.

이번 경찰대 개편은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슈와도 맞닿아 있다. 경찰이 숙원이던 수사권 조정안을 얻는 대신 자치경찰제와 경찰대 개혁을 통해 ‘힘 빼기’에 나서는 측면이 있어서다. 일선 경찰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 경찰대 출신 경찰관은 “유능한 인재의 유입이 줄어들면 경찰대도 결국 하향평준화의 길로 접어들 것 같다”고 우려했다. 반면 한 순경 출신 경찰관은 “이번 개편을 통해 경찰 내부에 만연했던 엘리트주의나 요직 독식이 완화됐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날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인 ‘자치경찰제 도입 초안’을 공개했다.

초안에 따르면 자치경찰은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모형으로 시·도 자치경찰본부와 시·군·구 자치경찰대를 신설하게 된다. 현재 국가경찰 소속인 지구대·파출소는 사무 배분에 따라 자치경찰로 이관한다. 국가경찰은 인력과 조직을 축소하고 중대·긴급 사건을 위한 지역순찰대로 유지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지역경찰·교통 등 전체 국가경찰 11만7617명의 36%인 4만3000여 명이 자치경찰로 신분이 바뀌게 된다.

다만 혼선과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자치경찰제 도입을 단계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우선 내년에는 서울과 세종·제주 등 5개 광역자치단체(2곳은 공모 거쳐 선정)에서 자치경찰제가 도입된다. 자치경찰로 사무의 50%가량을 넘기고 인력도 7000~8000명이 이관된다.

2단계로는 2021년까지 전국 광역자치단체에서 국가경찰 사무의 70~80%를 넘겨받고, 2022년에는 자치경찰이 모든 사무를 이양받아 실질적 자치경찰제를 완성한다는 게 특위의 설명이다.

손국희·신진호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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