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애로 부상 씻는 대표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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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노르웨이와 평가전을 앞둔 한국 대표팀이 1일(한국시간) 오슬로 울레볼 스타디움에서 마무리 훈련을 했다. 훈련 도중 발목 통증을 느껴 아이싱을 한 박지성이 이천수 등 동료와 함께 그라운드를 걸어나오고 있다. [오슬로(노르웨이)=연합뉴스]

#1. 지난달 30일 훈련 도중 발목을 다쳐 훈련을 중단했던 박지성이 이날 저녁 치료실을 찾았다. 거기에는 백지훈과 이천수가 미리 와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박지성을 본 두 선수는 물리치료사에게 "지성이 형부터 빨리 해 주세요"라며 차례를 양보했다. 박지성은 감사의 뜻으로 씩 웃으며 치료실로 들어갔다.

#2. 31일 노르웨이 오슬로 울레볼 경기장에서 훈련을 끝낸 이영표가 인터뷰를 했다. '박지성과 부딪쳤는데'라는 질문이 나오자 이영표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그렇지 않아도 (박지성의 상태를) 수시로 체크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네덜란드 에인트호벤에서 3년간 함께 지내 누구보다 절친한 박지성이 자신의 태클로 다친 데 대한 미안함이 묻어있었다. 이영표는 "주치의 말로는 2~3일 조심하면 다시 나올 수 있다고 하더라"며 후배의 빠른 쾌유를 기원했다.

#3. 대표선수들은 훈련이 끝나면 둥그렇게 모여 하루를 정리한다. 주장 이운재가 "훈련이 아무리 힘들고 격렬하더라도 더 이상 다치는 선수가 나오지 않도록 서로 조심하고 배려하자"고 강조한다. 이운재의 말이 끝나자 선수들은 "어이"하고 힘차게 외친 뒤 라커룸으로 들어간다. 월드컵 본선 개막을 앞두고 한국팀에 부상 선수가 자꾸 나와 모두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태극전사들은 서로에 대한 따뜻한 배려의 말로 어려움을 이겨나가고 있다.

오슬로=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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