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4)올림픽 끝나자 방마다 "찬바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올림픽을 계기로 성장·호황업종으로 급 부상한 것 중 하나가 호텔이다.
실제로 올림픽이 치러진 지난해 내한 외국인수는 처음으로 2백만명을 넘어서 정년보다 23%가 늘어난 2백30만명을 기록했으며, 이들이 뿌리고 간 관광달러가 32억 달러(전년비 39%중)로 덕택에 호텔들의 수입규모가 전년의 6천억원에서 8천억원(전국 관광협회 자료) 으로 무려 76%가 크게 늘었다.
양적 성장면에서도 88년 한해 56개 호텔이 무더기로 오픈한 것을 비롯, 올림픽을 앞둔 3년여 새 1백10여개 호텔이 잇달아 세워져 현재 관광호텔로 등록된 곳이 특급호텔 50개 등 전국 2백77개소(객실 3만4천개) 에 이르고 있다.

<전국에 2백77개>
이 때문에 년 동경 올림픽을 겨냥한 증설 붐으로 그후 몇 년간 심각한 후유증을 앓았던 일본 호텔업계의 재판까지는 아니라 해도 올림픽이 끝나고 관광비수기가 겹친 요즘 호텔업계에서는 특급호텔이 사원용 판매라는 명목으로 단돈(?) 2만원에 방을 덤핑 세일하는가 하면 사우나·뷔페 등을 끼어 방 값 (특급기준 1박 12만원내외)도 안 되는 5만∼7만원씩에 투매하는 등의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지난해 서울지역에 집중적으로 들어선 인터콘티넨탈·스위스그랜드·롯데월드·라마다르네상스 등 5백실 규모 이상의 맘모스급 신규 호텔들이「공급과잉」에 따른 몸살을 더욱 심하게 앓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85년 이래의 원화 절상 및 가격인상으로 50%이상 올라 동남아 경쟁국들을 훨씬 앞지르고 있는 객실요금(특급1박 1백20∼1백50달러) 을 하향 조정해 가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당장의 이러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호텔업의 장래를 보는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은 핑크 빛 일색이다.
기본적으로 경제수준·인구 등에 비해 아직 호텔이 척은 상태이고, 최근 방이 남아도는 것도 비수기가 바로 겹쳐 생긴 일시적 현상일 뿐 올림픽으로 2천실 정도(특급기준) 객실이 늘어난 것을 가지고 공급과잉의 후유증을 크게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호텔신라 강봉식 전무)는게 공통된 얘기다.
그보다는『한국관광의 일대사건이 된』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과거처럼 경유지가 아닌 목적지로서 우리 나라를 찾는 외래 관광객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무역규모 확대· 국민소득 증가 등으로 국내외 이용수요의 잠재 기반이 탄탄해지고 있다는데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실제로 과거 거의 외국 단체 관광객에 의존해오던 데서 점차 해외 비즈니스맨 등 개인내방객과 내국인의 이용 쪽으로 수입 패턴이 변화, 도심 대형호텔들의 경우 외국인 단체 대 개인투숙객 비율이 거의 50대50에 이르고 있으며 부대시설을 중심한 내국인 이용 수입이 전체 호텔수입의 절반을 넘어서고 있는 추세다.

<한때"열면 돈 번다">
특히 해외여행 자유화 등 90년대를 앞두고 불기 시작한 국민 관광 붐은 호텔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올해엔 지난해보다 많은 1백33개 호텔(총 객실 8천8백실)이 세워질 예정으로 그 대부분이 서울 (17개) 아닌 지방 관광지에 들어서는 중소형 호텔이라는 사실은 이러한 변화를 말해주고 있다.
정부의 관광입국 시책에 힘입어 외화 가득 업종으로서 수출산업과 같은 세제·금융상의 특혜를 받으며 성장한 호텔업계는『일단 열면 장사가 됐다』할 정도로 덜 부심없이「운 좋게」가도를 달려왔다.
62년 관광사업 진흥법의 제정으로 메트로·아스토리아·뉴코리아·사보이·그랜드호텔 등이 관광호텔로 등록된 것을 시초로 같은 해 국제관광공사(한국관광공사 전신) 가 설립되어 지방철도 호텔 등 기존 국영호텔의 경영과 함께 호텔 사업을 적극 추진하면서 워커힐· 세종·타워·대연각 등 서구화된 호텔건립이 활기를 띠었다.
그러나 그 무렵 호텔이라야 내국인 출입은 상상도 못할 형편으로 외국인 전용이다시피 했으며 63년 개관한 객실2백60실의 워커힐이 최대규모일 정도.
그러던 것이 70년대로 접어들면서 워커힐·반도·조선호텔 등의 민영화에 따라 선경·롯데·삼성 등 대기업의 호텔지출이 시작되고 79년 PATA총회(태평양 관광협회)를 계기로 국제 유명 호텔 체인 등과의 합작·제휴 등을 통해 플라자·하얏트·신라·롯데 등 맘모스 급 호텔 건립이 본격적인 러시를 이룬 것.
성장·확장으로 일관한 호텔업계에 그러나 전혀 파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손이 바꿔거나 망한 사례도 있다.
70년대 말부터 부동산 및 향락업소 재벌과 건설회사 진출이 잇따르면서 생겼던 서교·남서울·리버사이드·제주 그랜드호텔 등이 그런 예로 특히 리버사이드의 경우는 무경험에 사채에 의존한 무리한 경영의 한계를 보여준 예로 회자되고 있다.
73년 1백여억원에 30여만 평이 불하된 워커힐의 현 시세를 굳이 따지지 않더라도 부동산 투자로서, 또 현금장사로서의 매력이 큰 반면대규모 투자(특급1실에 20만 달러 추산)를 요하고 회임 기간이 길며 고정자산비(80%선) 가 높은 업종의 특성상「앞으로 벌고 뒤로 밑지는」식의 위험도 따른다는 지적이다.

<서비스질의 경쟁>
호텔업계는 본격적인 경쟁시대를 맞아 무엇보다 인력양성 문제를 과제로 꼽고 있다.『결국 서비스질의 경쟁이고 서비스는 사람이 창조하는데 최근의 업계 확장으로 이력기근이 심각해졌다』(플라자호텔 병진진 상무)는 얘기다.
힐튼호텔의 경우 1천1백여 직원 중 지난해 1백70여명이 신규 호텔들로 자리를 옮겼고 스위스 그랜드호텔의 경우「리틀 힐튼」으로 불릴 정도.
또 여행사들을「형님」으로 모셨다 「아우」로 대접했다할 정도로 연중 4∼6월,9∼10월의 성수기와 비수기간의 극심한 이용률 격차를 균형화 하는 것도 난제로 남아있다.<박신옥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